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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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을 26년만에 대폭 완화한다. 중소 규모의 SOC 사업 문턱을 낮춰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물가상승률과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기준 완화가 현실적이지만 이를 넘어 평가 기준을 다양하게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예타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가 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에서 ‘총사업비 1000억원·재정지원 500억원 이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타 기준 개정은 1999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26년 만이다.
예타는 정부가 대규모 재정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사업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정책적으로 적합한지, 그리고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정부가 예타 기준을 완화한 데는 지역 SOC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최근 건설투자는 5분기 연속 감소하며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급등한 공사비가 충분히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유찰이 증가하고, 편성된 SOC 예산 중 미집행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김두얼 명지대 교수는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현실적인 조정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타 기준이 완화되면 대상이 되지 않는 사업이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500억~1000억원 규모 사업들이 예타 없이 추진이 가능해져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업 추진 부담이 줄어든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예타 조사가 완료된 SOC 사업 50건 중 사업비가 500억 이상 1000억원 미만인 사업은 4건이었다. 제주 광령∼도평간 우회도로와 제주일주우회도로(서귀포여중∼삼성여고) 건설 사업은 예타를 통과했지만, 서산 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와 연구개발(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 사업 등은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 지역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함에 따라 지역 균형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예타 평가 항목도 개편하기로 했다.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사업 구상부터 예타에 착수하기까지 급등한 공사비를 반영하도록 공사 종류별 예타 단가 기준을 재정비하고,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26조원 규모의 올해 SOC 예산을 신속 집행하고, 내년도 예정 사업 중 연내 착공이 가능한 과제를 우선 집행할 방침이다. 전국 15개 첨단산업단지의 조기 착공을 위해 행정절차도 단축하고 세제지원을 연장한다. 수도권에서 지역소재 산업단지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기간을 최대 15년으로 확대하고, 일몰 시기도 2028년으로 연장한다.
예타 기준 완화를 넘어 평가 기준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행 예타 기준은 경제성 평가가 주를 이루다보니 일부 항목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민간 기관 등이 참여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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