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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긴밀한 우정을 과시했던 미국과 인도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이 인도와의 무역 협상을 미루면서 인도는 50% 고율 관세 적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인도는 미국의 압박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히려 강대강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미국과 인도 사이 균열을 이용해 인도와 밀착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인도 NDTV는 사안에 정통한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는 25일~29일 6차 무역 협상을 위해 뉴델리를 찾으려 했던 미국 무역협상단이 방문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미국이 부과한 50% 관세 적용 시점이 27일부터 예정된 만큼 이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사실상 타결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와 원유에 더해 군사 장비 등을 거래하는 것을 제재하려 한다. 인도의 농업과 낙농업 시장 개방도 양측이 힘겨루기 중인 주요 이슈다. 사실상 징벌적 성격의 관세 폭탄을 부과했는데도 인도가 굴하지 않자 조기 관세 협상 타결 가능성도 없애버린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모디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부과한 바로 다음 날인 이달 7일 뉴델리 한 행사에서 “인도는 농민, 어민, 낙농업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50% 관세 부과와 관련 해 “큰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나는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18일엔 최근 8년 만의 최대 규모 세제 개편을 통한 감세 조치를 단행하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나섰다.

앞서 인도 외교부도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러시아와 거래하고 있는데 인도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미국의 이중 잣대에 반발했다.

미국도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기고문에서 인도에 대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 대우받기 원한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의 러시아 원유 의존은 기회주의적이고, 인도 정유업체 수익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자금으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인도와 미국 간 갈등의 틈이 벌어진 사이를 중국이 파고들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표적이 된 인도를 끌어들여 미국에 공동 대응하자고 구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오랜 기간 국경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던 중국과 인도는 해빙 분위기를 맞이했다.

모디 총리는 오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 참석차 7년 만에 방중한다. 인도 측은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를 통보한 직후 모디 총리의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와 미국 간 관계가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시기에 모디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다”며 “인도와 중국 간 외교적 해빙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언론도 거들고 나섰다.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인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제안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인도가 아시아 시장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대미 수출 의존도 증가의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무역 갈등 중인 인도를 회유했다. RCEP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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