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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김정은 "한미훈련, 가장 적대적 행위" …한미회담 앞두고 핵보유국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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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5000톤급 구축함 현장 점검
    한미 정상 간 비핵화 의제 약화 노림수
    이재명 광복절 대북 제안도 거듭 거부


    한국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18일 구축함 최현호를 방문해 함의 무장체계통합운영시험과정과 구축함 해병들의 훈련 및 생활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19일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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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을 "가장 적대적 행위"로 규정하고 "핵무력 확대"를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고, 이에 앞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 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입장 표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한(한미)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는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 표현이며 지역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이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방어적 성격"...김정은 "핵무장 확대"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나왔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핵 보유국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핵 포기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발신해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 의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제스처라는 뜻이다.

    또 김 위원장의 최현호 시찰은 18~28일 진행되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개시된 날 이뤄졌다. UFS 첫날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연습은 방어적 성격으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도 "남북은 원수가 아니다"면서 '북한 체제 존중'과 '흡수통일 배제' 입장을 강조했다.

    북한의 반발을 사전에 억제하려던 것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가장 적대적 행위"라며 남측의 대북 유화 기조에 호응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한미훈련 비난' 주목


    북한의 이번 한미훈련에 대한 비판은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대규모 한미훈련 때마다 "한미의 전쟁 소동", "침략적 핵전쟁 연습"이라며 맹비난을 해왔다. 다만 국방성 담화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서였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한미훈련을 언급한 것은 한미훈련 중단을 추후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선제 조건으로 걸어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한미훈련 중단 요구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점에 주목한다"며 "협상 정국에서 한미훈련 문제를 의제로 올리겠다는 심산"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시찰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해군은 가까운 앞날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영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역량으로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핵 투발 플랫폼을 지상에서 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현호에 대해 "8~9월에 예견된 사업을 완결하고 계획대로 10월 중 함의 성능 및 작전 수행 능력 평가 공정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5,000톤급 이상 구축함을 매년 2척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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