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전자전기는 각종 전자전 장비를 장착하고 원거리에서 적의 방공망과 통신망을 교란 및 마비시킬 예정이다. LIG넥스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항공선진국들이 독점했던 전자전 항공기(전자전기)를 우리 기술로 만드는 체계개발 사업을 두고 국내 방위산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9월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이 한 팀을 이루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시스템이 합을 맞췄다. 전자전기 사업은 2017년 합동참모회의를 통해 장기소요가 결정된 후 2023년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심의 및 의결됐고 2025년 체계개발기본계획이 결정됐다. 전자전기는 2034년까지 연구개발로 진행되며 사업 예산은 1조7,775억 원이 책정됐다.
전자전기는 우선 블록1 사업을 통해 2대를 획득할 계획이며, 추후 블록2 사업을 진행해 추가로 2대를 확보해 총 4대를 전력화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개발 예정인 전자전기는 공군의 주요 전력인 전투기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항공기다. 물리적 교전 즉 무장을 이용한 타격보다는, 적 레이더 및 통신체계 교란, 아군의 진입로 개방 및 보호, 실시간 전자파 정보수집 및 전장상황 분석, 전자전 네트워크 중심작전의 허브기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적 수단으로 적을 교란 및 마비시키고 아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전자전기 사업은 공군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공군의 경우 전투기를 위협하는 각종 방공체계가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공중에서 적의 방공체계를 교란 및 기만하는 전자전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전자전기는 까다로운 수출 통제로 해외 도입이 어려웠고, 막대한 예산도 걸림돌이었다. 국내 기술이 성숙되고 항공기 개조개발 기술이 축적되면서 국내 연구 개발로의 도입이 결정됐다. LIG넥스원·대한항공, KAI·한화시스템으로 팀이 나누어져 있지만 핵심은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다.
군과 방위산업계에서는 전자전기 개발에 최적화된 곳으로 LIG넥스원을 손꼽는다. 이미 LIG넥스원은 40여 년간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축적해온 전자전 핵심기술을 통해 지상, 공중, 해양영역의 전자전 무기체계를 개발해 왔다. 육군 지상전술전자전장비, 해군의 잠수함과 수상함의 전자전장비, 공군의 전투기용 전자전장비(ALQ-200) 및 KF-21 보라매 전투기의 통합전자전장비의 개발과 양산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전자전 연구개발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말레이시아 수출형 FA-50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와 2024년 페루 해군 함정용 종합 솔루션 계약을 통해 세계 주요 업체들과의 경쟁을 통한 경쟁력도 확보했다.
전자전기 개발사업은 항공기 플랫폼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닌, 도입된 항공기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자전 임무장비를 통합·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항공기 중심의 개조 및 개발방식은 특수목적 임무항공기인 전자전기 국내 개발 방향에 부합하지 않고, 전략적으로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장비 중심으로 전자전기를 비롯한 각종 특수임무항공기들을 만들어 내는 이유다. 미국 공군의 차세대 전자전기인 EA-37B 컴파스콜의 경우 전자전 장비를 만드는 BAE시스템스를 중심으로 L3 해리스가 개조 및 개발을 담당했다. 독일, 튀르키예 등의 특수임무항공기 개발 역시 임무장비 업체가 주도해 항공기 개조 및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자전기 개발은 '무엇을 날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싣고 날릴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전자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자전 임무장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기술적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군 일각에서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