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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가 국내 양극재 업계의 새로운 갈림길로 부상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수요 증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삼원계 일변도'였던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씩 LFP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행보는 크게 엇갈린다. 엘앤에프가 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생산능력 확보에 나선 반면, 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객사 확보 여부를 전제로 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 전력량 늘며 ESS 수요 급증…EV도 LFP 채택 확대 = 에 EV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SS 시장에서 LFP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해법으로 ESS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가격 대비 안정성과 긴 수명을 갖춘 LFP 배터리가 가장 적합한 선택지로 자리 잡으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ESS 시장에서 LFP의 비중은 90%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BYD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적극 채택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대응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원재료 가격 변동성, 보조금 축소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자 보급형 EV 모델에서 LFP 채택이 늘고 있다.
LFP는 오랫동안 중국이 장악해온 영역이다. 기술 장벽이 낮고 대규모 공급망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독식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보조금 제한을 강화하면서, '탈중국 LFP'가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글로벌 OEM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요구하면서 국내 업체들이 최소한의 LFP 라인을 확보하려는 이유다. 비중국산 LFP 공급 능력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고객사 협상에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은 LFP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보수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연산 3000톤 규모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LFP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 5000톤 수준의 준양산 라인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본격 증설 여부는 고객사 확보에 달려 있다. 회사 측은 "고객 수요가 확인되면 언제든 증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원계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 LFP는 옵션 성격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퓨처엠도 비슷한 태도다. 지난해 중국 CNGR과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LFP 양극재 생산 협력 MOU를 체결했다. ESS용 LFP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으나, 구체적인 생산 능력이나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수주 상황을 확인한 뒤에야 본격 투자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샘플 공급과 일부 매출 발생으로 시장 진입을 시험하는 단계다. 회사 측은 고객사의 요청과 수주 규모에 따라 증설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탈중국 공급망이라는 명분은 확보했지만, 아직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탐색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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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론 택한 에코프로·포스코·롯데…승부수 띄운 엘앤에프 = 다만 엘앤에프의 행보는 다르다. 회사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LFP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엘앤에프엘에프피(가칭)' 설립을 의결했다. 총 3365억원을 투입해 최대 연산 6만톤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00억원 지분 투자로 100%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본격적인 LFP 사업을 선언한 셈이다.
아직 구체적인 고객사 확보 여부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선(先) 투자'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중국 LFP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회사 측은 "고객사 선택권 확대를 위해 중저가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혔다"라며 "중국이 선점한 시장이지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엘앤에프의 투자를 '승부수'로 평가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전반적으로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CAPEX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초기 수주만 확보된다면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되지만, 반대로 고객사 유치가 지연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양극재 업계의 LFP 전략은 '승부수'와 '신중론'의 대결 구도로 요약된다. 엘앤에프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할지, 혹은 고객사 수요를 지켜보며 대응하는 에코프로·포스코·롯데의 전략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세와 보조금 등 정책 변수, 글로벌 OEM들의 LFP 채택 속도가 최종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FP는 더 이상 중국만의 시장이 아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진입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간 양극재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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