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회담 전 美 요구에 선 긋기
트럼프, 협상 전 SNS에 한국 정세 우려
美, 대만 유사시 등 한국의 역할 요구
한국, 2006년 합의 근거로 난색 표명
李 "외교에 친중·혐중 없다" 현실론
농축산물 개방 두고도 줄다리기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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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역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의 단순한 상견례 자리가 아니라 향후 한미 관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열리는 만큼 70년 이상 지속된 한미 동맹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회담에서 '동맹 현대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주한미군과 동맹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통령은 회담 전 기자간담회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미측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쌀, 쇠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요구에도 "이미 큰 합의로 내용이 정해졌는데 쉽게 뒤집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이행 후속 방안, 한반도 비핵화, 한미 원자력 협정 등이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예정인 가운데 양측간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고한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3시간 정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 같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늘 백악관에서 새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협상력 제고를 위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로 상대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칙적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의제는 동맹 현대화다. 미국은 주한미군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 대만 유사 사태를 포함한 미중 충돌 시 한국이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동맹 차원의 중국 견제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 도쿄를 떠나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주한미군)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우리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의 난항을 예고한 대목이다. "협상 상황이 생각만큼 험악하지 않다"고 부연했지만 중국 문제를 바라보는 양국 간 입장 차이를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사용해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는 다른 표현으로, 주한미군 역할·규모 조정에 대한 양국의 기대가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에 대한 방어 논리로 2006년 합의를 앞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당시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한국 국민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 성명에는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키로 합의했다"는 미국 측 입장도 담겨 있다. 2006년과 달라진 명확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이번 회담의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 친중·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한중 관계를 관리할 뜻도 밝혔다. "우리 외교 근간은 한미 동맹이고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하고 살 순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동맹 현대화가 자칫 한중 관계 악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이 세운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미 당국자들이 중국 견제 동참을 압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전을 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에도 외교적 도전 과제인 만큼 한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되,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적 입장을 함께 개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워싱턴=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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