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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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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젠더 운동은 최악의 위협?…"우파·복음주의교회가 만든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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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 신간…'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

    연합뉴스

    주디스 버틀러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90년 미국에서 출간돼 세계 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젠더 트러블'. 책은 동성애적 관점에서 주류 페미니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퀴어이론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젠더 트러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69)가 젠더 문제를 정조준한 책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문학동네)를 들고 돌아왔다. 2017년 학회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에서의 경험이 책을 집필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시 버틀러가 브라질에 도착하자 일부 성난 군중은 그를 상징하는 인형을 불태우며 소아성애, 근친상간 옹호자라고 비판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버틀러는 젠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책은 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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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버틀러 반대 집회
    [EPA=연합뉴스]


    저자에 따르면 젠더는 '몸에 대한 감각'이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표면과 내면을 포함한 몸에 대해 체험된 감각, 이런 식으로 세계 안에서 몸으로 존재하는 생생한 감각을 지시하는 이름"이라고 저자는 젠더를 명명한다. 단순하고 거칠게 말해 일종의 정체성인 셈이다. 이런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게 버틀러의 시각이다.

    러시아는 '젠더'를 국가안보의 위협이라고 칭했고, 바티칸과 우파 복음주의 교회는 젠더를 격렬하게 반대했다. 정치인으로는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등 우파 정치인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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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EPA=연합뉴스]


    가령,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학교 내 젠더 이데올로기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여성의 소멸과 어머니의 죽음을 설파하는 최악의 위협'이라 비판했으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위험은 이주민의 위협과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여러 정치인과 종교인들이 젠더를 악마나 악령의 힘으로, 때로는 에볼라 바이러스, 핵전쟁, 히틀러유겐트(나치독일의 청소년조직)에 비유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낙인을 '젠더 판타즘'이라고 지적한다. 판타즘(phantasm·허상)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나 상상 속에서 실제처럼 작동해 심리적·정서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특정한 이미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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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갈등
    [연합뉴스 자료사진]


    판타즘에 기반한 반젠더 운동은 타인의 권리를 박탈하고, 실재를 부정하며, 기본적인 자유를 제한하고, 파렴치한 인종 혐오에 가담하며, 타인의 삶을 통제, 비하, 희화화, 범죄화한다는 점에서 파시즘과 같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성소수자와 젠더 소수자의 기본권, 보호책, 자유를 박탈하기 위해 그들을 사회의 위험 요소로,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세력의 예시로 여기고 표적으로 만듦으로써 반젠더 이데올로기는 파시즘의 일환이 된다. 패닉이 고조될수록 판타즘의 문법에 따라 국가에 위협이 돼버린 사람들의 삶을 부정할 수 있도록 국가에 전권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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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EPA=연합뉴스]


    저자는 "'젠더'라는 판타즘을 유포하는 것은 국가, 교회, 정치운동 같은 기존 세력이 사람들을 겁박하여 자기편으로 돌아오게 하고, 검열을 받아들이게 하고, 취약한 사람들의 공동체에 공포와 혐오를 투사하게 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며 "이 세력들은 많은 노동자가 미래에 대해 느끼는 기존의 두려움이나 가족생활의 신성함에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두려움을 선동한다"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젠더라는 판타즘은 검열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다양한 몸, 다양한 욕망을 지닌 청소년들이 스스로 제 모습을 긍정할 기회를 앗아가는 등 사회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반젠더 운동에 대항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거짓을 드러내는 것만이 우리의 과제는 아니다. 확신을 유포하는 판타즘의 기세를 꺾는 일, 그리고 반젠더 운동의 표적이 된 사람들이 서로 연합해 자유롭고 살 만한 방식으로 세계 안에 거주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또 다른 상상계를 만들어내는 일 또한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윤조원 옮김. 4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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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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