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조선업 협력 강화 의지 재확인
HD현대, 美사모펀드와 ‘마스가 투자’ 협약
삼성중공업, 미 해군 지원함 MRO 진출 채비
한화,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 및 확장 나설 듯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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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함에 따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HD현대가 처음으로 미국 사모펀드와 마스가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기업과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강화,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단순 투자를 넘어 현지 산업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협력 모델이 구축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 “조선업 르네상스 함께”…트럼프 “韓, 세계 최고 수준 선박 건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6일에는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 조선업을 매우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또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을 건조한다”며 “일부 선박을 한국에서 계약하고, 한국이 미국에 조선소를 세워 우리 노동자와 함께 선박을 건조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하루 한 척을 건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한국이 미국에서 많은 선박을 건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조선소에서 직접 수주와 동시에 미국 현지 건조를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지난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마스가’는 지난 한미관세협상 때 조선 분야 협력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슬로건으로 한국협상단은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준비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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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조선업은 지난 관세협상에서 핵심 카드로 활용됐다. 여기에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주요 의제가 되며, 미국과의 전방위 협력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라 3500억달러 규모 펀드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이 중 1500억달러(약 208조원)를 투자해 미국 조선업에 국내 조선 기술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중견 조선사의 경우 국내 함정부문 방위산업체 1호인 HJ중공업이 연내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 한미 조선 투자프로그램 조성…마스가 첫 가동
특히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HD현대는 현지에서 미국계 사모펀드(PEF)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조선산업을 매개로 한 양국의 협력 체제가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진 첫 사례로 평가된다.
HD현대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관하에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버러스 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소 인수,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투자 의사결정을 주관한다.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 성장 가능성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버러스 캐피탈은 투자 전략 수립과 관리를, 산은은 한국 투자자의 참여구조 설계를 각각 맡는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서버러스 캐피탈과의 협력이 동맹국인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마스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HD현대는 축적된 선박 건조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의 현대화·첨단화를 지원하고, 양국이 함께 글로벌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2025.8.26 [HD현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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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도 이날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협력해 미국 해군 지원함 MRO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MRO 사업 협력 성과를 내 향후 상선·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하며, 협력 파트너 조선소 추가 확보도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필리조선소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투자 목록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 확장에 7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 측은 필리조선소의 도크 생산성을 2035년까지 연간 1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 매출도 현재(4억달러) 10배인 4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편 마스가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며 미국 현지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19일 서울에서 미국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와 만나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에서는 자국 조선 시장을 한국에 개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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