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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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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달라고 사실상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실현되지 어려운 제안으로 평가된다. 영토 주권 등을 명시한 우리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미국 측이 얻을 실익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결국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측을 압박하기 위해 던진 카드로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영구 주둔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돌연 주한미군 기지의 소유권 이전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는 땅을 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한국은 땅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땅을 주는 것(giving)과 빌려주는 것(leasing)은 큰 차이가 있다"며 "(소유권을 가진다면) 굉장히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기지는 한국이 미국에 임시로 빌려준 부지다. 현재 주한미군은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포함해 7개 기지에 약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 육군 제2보병사단 순환배치여단과 미 제7공군사령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한다.
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2조에도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 '미국이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은 본 협정의 목적을 위하여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뜬금없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원한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제기한 것인데, 한미동맹 현대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연계해 한미 간 안보 협상의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26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미군 헬기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2025.8.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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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주한미군 기지를 미국 측에 줄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다. 외국에 영토를 양도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 국가 주권의 핵심 요소를 훼손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해외 미군 기지 128개 가운데 미국이 토지를 소유하는 사례도 없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모든 주요 동맹국에서 미국은 임대 방식으로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선 임대료를 내고 미군 기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 측에 무상으로 부지를 쓰도록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우리가 미국에 땅의 소유권을 줘도 안 되지만 만일 준다면 이건 미국이 생각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반대되는 방향"이라며 "한반도 안에 미국 땅이 일부 생기면 미국은 이 부지를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이 원치 않는 인계철선의 역할을 주한미군 기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내용을 헷갈린 수준으로 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요구는 현실적인 제약 조건 등을 따져볼 때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이전을 지렛대 삼아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 간 안보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취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도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진 않았지만, 안보 관련 협상은 지속될 것이고 미국 측이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을 한국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의를 받고 곧바로 주한미군 기지의 소유권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며 "한미 실무급 협의에서 관련 발언의 의미와 맥락을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을 중국 봉쇄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요구는 소유권을 위시한 대중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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