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은 물론 스마트 야드(Smart Yard·똑똑한 조선소) 기술을 개발해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충분한 신조 물량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에서 국가안보 다중임무선(NSMV·National Security Multi-Mission Vessel)이 건조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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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 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 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해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 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 자문사로 투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운용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의사 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이날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의 조선소와 가공 공장을 현대화하고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지분 투자나 공동 사업 수주 등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하고 미군 함정 MRO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내 조선 기자재 클러스터와 조선업 숙련공 및 선원 양성 트레이닝 센터 조성까지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마스가 프로젝트에 앞서 미국 투자를 진행해왔다. 한화오션은 앞서 인수한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미국 법인인 한화해운을 통해 필리조선소에 LNG 운반선을 발주했고, 신조(新造·새로 만듦)에 필요한 의장·기관 설치·전기 시스템 등의 분야에 대한 공급 업체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조선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업체들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투자할 금액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조선소 현대화는 물론 부품·기자재 업체 등 관련 생태계 재건까지 협력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조선업이 침체를 겪으며 400여 개에 달했던 조선소가 현재 21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각종 기자재 업체도 쇠락하면서 숙련공 부족, 부자재 공급망 붕괴 등으로 생산성도 떨어진 상태다.
미국은 2034년까지 미국 국적 상선 규모를 250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협업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크다. 신조 수주 가능성은 물론, 스마트 야드 기술 개발 및 적용·수출까지 노려볼 수 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산업의 생태계는 금방 만들어질 수 없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들이 협력하는 동안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주는 물론 조선 부품이 미국으로 들어갈 때 관세 예외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범수 기자(tigerwat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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