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 발표
재해자수·사망자수 시행 전보다 오히려 증가
이관후 처장 “입법취지 달성했다고 보기에 미흡”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 재해자·사망자수 현황. 입법조사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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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지난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에서 재해자수는 여전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자수는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수, 부상자수, 질병이환자수를 합한 수치다. 특히 사망자수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영향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행 3년이 지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서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조사의 주요 내용은 ▷산업재해 감소 여부 ▷책임자 처벌의 적정성 ▷작업 환경 변화 여부 ▷안전보건 인식 수준 변화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산업재해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재해 전반과 사업장 규모별(50인 이상·50인 이상~49인 미만·4인 이하)로 조사한 결과 재해자수는 여전히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 시행 후 재해자수는 ▷2022년 13만348명 ▷2023년 13만6796명 ▷2024년 14만2771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법 시행 전인 2021년 사망자수는 12만2713명으로, 시행 첫해였던 2022년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시행 이후 재해자수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법 시행 이후 재해자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고재해자수’는 10만7214명(2022년), 11만3465명(2023년), 11만5773명(2024년)으로 해마다 늘었으며, ‘질병재해자수’ 역시 2만3134명, 2만3331명, 2만6998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사망자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2022년보다 감소했지만, 2024년에 다시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사망자수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인 2021년 2080명보다 시행 후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입법조사처는 “재해자수, 사망자수 변화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여부를 확인하고자 정규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법 시행 후 재해자수는 95%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사망자수는 95% 신뢰수준에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 통계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재해자수는 증가했고, 사망자수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선 ‘수사 지연’이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10일 이내 처리된 비율은 0%였다. 3개월 이내 처리 비율은 5%보다 낮았고, 6개월 이내 처리된 비율은 30%, 6개월 초과는 절반을 넘는 56.8%였다. 높은 무죄율과 집행유예율도 문제로 지적됐다. 무죄 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보다 3배 이상 높았고, 집행유예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36.5%)의 2.3배였다.
낮은 유죄 형량과 낮은 법인 벌금 부과액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죄판결을 받은 49건 가운데 징역형이 선고된 47건의 형량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으로, 평균 ‘1년 1개월’로 분석됐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정하고 있는 하한선(1년 이상)에 근접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벌금 부과액과 관련해선 벌금이 부과된 50개 법인 중 20억원을 부과받은 1건을 제외하면, 평균 ‘728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이후 작업환경변화 여부에 대해선 새로운 작업 방식이 도입거나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났다고 꼽은 분야는 ‘경영자들의 안전보건 인식 변화’, ‘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 등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 배후 요인으로 볼 수 있는 노동 강도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고, 노동조합이 안전보건 관리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되는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해당 조사에 근거해 4가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시행령 및 관련 규정 정비 ▷‘수사 중’ 사건 비중을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 합동수사단(가칭)’ 설치 및 한시적 운영 ▷형사처벌 외 경제적 제재 및 지원 방안 마련 ▷합리적 양형기준 마련 등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 7000만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고, 현재까지 누적된 ‘수사 중(73%)’ 사건들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노동부가 협업하는 합동수사단 설치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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