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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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대외 활동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올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도 국제사회로 나와야 하는 유인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북한이 언젠가는 미국과 협의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막 발표된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참석 소식은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항상 중국의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중국을 불신하고 불편해했다”며 “김정은이 전승절 참석을 통해 북·러 밀착 이후 한동안 소원했던 북·중 관계 복원에 나서긴 했지만, 중국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중앙정보국(CIA) 국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23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 김정은이 중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자신에게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 내 미국인들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 오는 10월 말~11월 초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이 회의에 초청하면서 “가능하면 김정은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며 이를 반겼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도 “김정은이 APEC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온다면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이나 강원도 고성과 인접한 북한 원산 관광지구 등지에서 깜짝 회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 참석하던 중 트위터(현 X)에 “(회의 후) 한국에 갈 예정인데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DMZ(비무장지대)에서 그와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란 글을 썼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20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자신도 이 글을 보고 회동 제안을 알았다고 했다. 그만큼 즉흥적 제안이었지만 김정은이 호응해 미·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북한이 이번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이른바 ‘뉴욕 채널’이라 불리는 유엔 북한대표부 등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측과 물밑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국정원 차장은 “북한이 그간 이 대통령을 ‘위선자’라고 하는 등 대남 비방 메시지를 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은이 2019년 ‘하노이 노 딜’로 크게 낙심하고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러시아 파병 후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자신감을 얻어 이제 대중 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으로까지 나아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이번 방중 때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그의 딸 김주애를 데려갈지 주목된다”면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방중과 관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행사에 김주애를 데려갔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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