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귀국한 李 앞에 ‘野 대화’ ‘강성 與지도부’ ‘성장률’ 숙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는 내치의 시간

    28일 새벽 일본·미국 순방을 끝내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의 만남을 즉시 추진하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경제와 민생 현안에 집중하려면 하루빨리 ‘협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10월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 등 대형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어 국내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필요도 있다. 내치(內治)의 시간을 맞은 이 대통령 앞에는 0%대 경제성장률, ‘이재명 정권과의 전쟁’을 선언한 국민의힘, 당정(黨政) 간 이견 조율 등 과제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0시쯤 “이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를 포함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성과를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려면 국회 협조가 필요하다”며 “여권이 국회 다수 의석이지만, 지금 같은 대결 국면이 지속되면 국정 동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통합” 외친 중진회의서… 냉랭한 장동혁·조경태 - 국민의힘 장동혁(맨 오른쪽) 신임 당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진회의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전당대회 기간 장 대표를 “극우”라고 비난했던 조경태(맨 왼쪽) 의원도 참석했다. 가운데는 송언석 원내대표. /남강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을 논의하는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정국을 경제와 민생 위주로 전환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100조원의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관련된 예산에 특히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 출자, 기업들의 1500억달러 대미 직접투자(그린필드 투자)로 인해 국내 투자 여력이 고갈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 이를 불식할 필요도 있다.

    추가 부동산 대책도 조만간 발표된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공기관 통폐합도 반발이 적지 않은 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과의 협치를 통해 ‘현안 해결’ 국면으로 넘어가자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대야소’라 예산안·법안 처리에는 유리한 입장이지만, 현재 여당 내 강경파가 주장하는 ‘내란 정당 해산’ 같은 이슈로 정국이 빨려 들어갈 경우 민생 문제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후 인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만나는 이벤트를 통해 여권 내 강경 흐름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대표 당선 직후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과 대화를 거부해 왔다. 또 여당 일각에선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릴 경우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어, 여당의 강경 일변도 기조를 일부 제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하반기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려 하는 건 한국의 경제 상황이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하고 있다. 대미 무역 투자 협상이 완결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일단 정부의 돈을 푸는 재정 확장 정책을 펴는 상황이지만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재정 정책을 쓰는 게 맞는다”면서도 “민생 회복 지원금은 일시적 효과밖에 낼 수 없다. 효율적으로 쓰려면 저소득층 주거지에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식으로 건설 투자를 일으켜 줘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 투자 여력이 제한되는 만큼 정부가 인프라 투자로 이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야 대표 회담 등을 통해 민생 위주로 정국을 전환하려는 대통령실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형식과 의제가 중요하다”며 확답하지 않고 있다. 장 대표 주변에선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이라며 대화를 거부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뺀 채 이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 세력과의 전선이 형성됐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