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유엔총회·10월 말 APEC까지 '장기전' 모드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저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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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대회) 8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빠르게 입수한 뒤 면밀하되,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북한과의 접촉을 서두르기보다, 주변국과 미국을 모두 움직여 더 탄탄한 기반을 만든다는 '페이스메이커' 기조를 일찌감치 세웠다는 관측이 29일 나온다.
중국과 북한은 지난 2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내달 3일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공동발표 형식으로 밝혔다.
정부는 북한과 중국의 발표 직후 '중국과의 외교채널 등 관계기관의 활동을 통해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라며 내부적으로 이미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 이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언제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 관련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난 1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전후해서 동북아 지역에서의 여러 가지 정세가 출렁거릴 수도 있다"라고 언급한 것이 정부 차원의 첫 중국 전승절 정세 관련 언급이었다. 정부가 이미 2주가량 전에 관련 내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북중관계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판단하에 관련 동향을 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정보당국 및 외교 채널을 통해 북중 간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활동을 펼쳐왔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도 출범 후 이러한 판단을 유지하면서 대북 메시지 및 대북 조치의 나름의 시간표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돌파에 대한 과한 기대감을 띄우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기조로 상황에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은 북한이 우리는 물론 미국과 대화도 하려는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북한은 지금 매우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우리가 너무 기대치를 높여 이야기하는 것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담담하게 북한의 호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의 전승절 역시 이런 기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되, 북한과의 무리한 접촉을 시도해 반발을 사진 않는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역설적으로 북한에도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남북관계 분위기 전환을 준비한다는 취지라는 전언도 있다.
9월 말 유엔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고, 한미가 북한의 참여를 요청한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한다는 점에서 주요 계기를 다양하게 활용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낼 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메시지 관리"라며 "북중러 연대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행사에서 굳이 한미일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할 만한 발언이나 그 외 '비핵화' 등 북한을 자극할 만한 메시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의 상황 변화보다 추후 정부의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제언이다.
과거 북한은 북미 또는 남북 간의 회담에 앞서 중국을 먼저 만나 대응 방향을 논의했던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시기를 중요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앞서 베이징을 찾았고, 김 총비서도 2018~2019년 이어졌던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4번이나 방문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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