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배우에 넷플릭스 임원까지 총출동
넷플릭스는 아카데미 향한 포문으로 활용
베니스는 영화제 위상 높일 기회로 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왼쪽)와 그의 아내 아말 클루니가 28일 밤 이탈리아 베니스 살라 그란데에서 열린 영화 '제이 켈리' 공식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레드 카펫을 밟고 있다. 베니스=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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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1시 15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대극장이란 의미)에서 미국 영화 ‘제이 켈리’가 상영되기 직전 스크린에 낯익은 ‘N’ 자가 큼지막하게 떠올랐습니다. TV나 스마트폰으로나 보던 넷플릭스의 로고였습니다. 낯설었습니다. 넷플릭스 로고를 극장에서 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니까요.
지난 27일 막을 올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를 위한, 넷플릭스에 의한 영화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경쟁 부문에 오른 넷플릭스 영화는 3편(‘제이 켈리’와 ‘프랑켄슈타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이나 됩니다. 경쟁 부문 영화(21편) 중 약 14%를 차지합니다.
베니스 레드카펫 밝히는 넷플릭스의 별들
조지 클루니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라 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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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면면만 봐도 화려합니다. ‘제이 켈리’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와 애덤 샌들러가 주연한 영화입니다. 2020년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라 던, TV 시리즈 ‘더 모닝쇼’로 유명한 빌리 크루드업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제이 켈리(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회의를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을 코미디로 그린 영화입니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미국 독립영화계 스타 감독 노아 바움벡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입니다. 델 토로 감독은 ‘쉐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대가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사람을 이용해 괴물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천재 박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여러분들이 잘아는, 메리 셸리(1797~1851)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배우 오스카 아이작과 미아 고스, 크리스토프 발츠 등이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나마이트'는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신작으로 역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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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캐서린 비글로 감독의 신작입니다. 비글로 감독은 ‘허트로커’(2009)로 여성 감독으로는 사상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이입니다. 전쟁물이나 액션물을 종종 만들어온 감독답게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미국 미사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핵전쟁에 따른 인류 절멸 위기를 풍자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드리스 앨바와 레베카 퍼거슨, 자리드 해리스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제이 켈리’와 ‘프랑켄슈타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영화제 초반 집중적으로 상영됩니다. 조지 클루니와 애덤 샌들러, 오스카 아이작, 레베카 퍼거슨 등이 잇달아 레드 카펫을 밟으며 베니스영화제 초반 분위기를 달굴 예정입니다. 이들뿐 아닙니다. 넷플릭스 수뇌부가 총출동한 모양새입니다. 28일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넷플릭스 공동최고경영책임자(Co-CEO) 테드 새런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벨라 바자리아, 영화 담당 회장 댄 린 등이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합니다. 넷플릭스 영화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베니스영화제로서는 넷플릭스가 없다면 영화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카데미 전초전이 된 베니스영화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넷플릭스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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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는 한동안 위상이 크게 떨어져 이류 영화제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5, 6년 사이 넷플릭스의 화력을 앞세워 옛 위상을 많이 되찾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럼 넷플릭스와 베니스영화제의 밀월 관계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넷플릭스 영화는 일반적으로는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가 사업 초기부터 극장과 온라인 동시 공개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입니다. 극장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넷플릭스의 동시 공개 전략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는 동시 공개 전략 때문에 칸국제영화제에서 영구 추방된 상태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6)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문제가 불거졌는데요. 프랑스 극장 단체가 보이콧을 무기로 칸영화제를 위협한 후 칸영화제는 2017년부터 넷플릭스 영화를 초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로마'는 넷플릭스 영화로는 사상 최초로 2018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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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가 외면한 넷플릭스 영화들을 받아들인 곳이 베니스영화제입니다. 2018년 ‘로마’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시작으로 넷플릭스 영화들이 베니스에서 물결칩니다. 2020년 ‘그녀의 조각들’이 여자배우상(바네사 커비)을, 2021년엔 ‘신의 손’이 심사위원대상, ‘파워 오브 도그’가 감독상(제인 캠피온)을, 2023년엔 ‘공작’이 각본상을 각각 수상하며 넷플릭스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넷플릭스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답지 않게 온라인 공개 전 극장 개봉을 한다는 점입니다. 다음 해 2월 또는 3월에 열릴 아카데미상 수상을 노리기 위해서입니다. 베니스영화제는 개최 시기로 보나 위상으로 보나 아카데미 경쟁(오스카 레이스)의 포문을 열기 좋은 곳입니다. 요컨대 넷플릭스는 아카데미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장소로써 베니스영화제를 활용하고, 베니스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야망을 자신들의 영화제 위상을 높이고 널리 알리는 데 이용하는 셈입니다. 넷플릭스 영화의 베니스행이 늘면서 베니스영화제는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극장 파괴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마냥 영화의 모든 전통을 무너뜨리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베니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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