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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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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한발 한발, 1500km를 걸었다…환갑이 되어 밟아보는 ‘부처의 수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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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네팔 룸비니의 마야데비 사원에서 석가탄신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승려들이 저녁 기도를 드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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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가 죽었다. 제자들이 구슬피 울었다. 어미 잃은 어린 새들 같았다. 그러자 죽은 부처는 두 발을 관 바깥으로 내밀어 보였다. 맨발이었다.’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저자가 네팔·인도의 도시와 도시 사이 1500㎞를 걸어간 여정을 여는 글이다. 그는 산악인이자 월간지 기자·편집인, 시인·소설가다. 이 책을 낸 후엔 평론가들로부터 ‘기행문학의 걸작’이란 찬사를 들었다. 가수 최백호는 2014년 한 신문 연재에서 ‘내 인생의 책’으로 추천하면서 ‘이미 결론은 첫머리에 제시’돼 있다는 실마리를 미래의 독자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저자는 겸허한 부처의 맨발을 떠올리며, 자기 두 발로 100일간 ‘부처의 길 순례’에 올라 기록을 남겼다.

    이미 출간 이래 불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 네팔·인도 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길잡이가 돼줬던 책이다. 올해 15주년을 맞아 특별판으로 다시 나왔다. 순례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삶의 현장을 세세히 담았고, 거기서 떠오른 자신의 인생과 깨달음도 따뜻하게 포개어 풀어냈다. 부처의 일대기와 불교 정신도 속속들이 다룬다. 저자와 2명의 길동무는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부터 첫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최초의 전법지인 ‘사르나트’,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그 길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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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박인식 지음, 생각정거장 펴냄, 1만9000원

    나이 육십을 앞두고 있던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 떠올린 단어는 ‘링반데룽’. ‘환상방황’이라고도 하는 등산 용어다. 곧장 걷는다고 생각하며 나아갔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방향을 틀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 쓰는 말이다. 내 인생의 나침반이 제대로 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고민을 안고 오른 여정이었다.

    그 ‘나를 찾는 여정’ 끝에서 마주한 ‘나’를 저자는 ‘너’라고 명명한다. 여행을 마친 후 혼잣말처럼 주고받는 ‘나’와 ‘너’의 대화는 ‘모든 것은 덧없이 변한다’는 부처의 마지막 법어를 곱씹게 한다. “길을 걸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야만 걸음이 오히려 헛되지 않는 법이거든. (중략) 같은 제자리라도 한쪽은 길이 없고 다른 쪽은 길이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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