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탄핵소추·감사 요구...
대통령실, 급기야 “직권면직 검토”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감사 인사를 위해 발언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본회의장에 출석해 있었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켜보고 있다./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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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내년 8월까지 임기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직권 면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취임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직무가 정지된 이 위원장이 2024년 9월 유튜브 등에서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 말했는데,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사원이 7월 초 이 위원장이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법상 직권 면직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2024년 11월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이 위원장 발언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난 7월 감사원은 특정 정당·정치단체 지지·반대를 금지한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에 저촉된다고 했다. 다만 견책·정직·파면 등 징계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방통위에 ‘주의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날 대통령실은 감사원 결정을 언급하며 “상당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정권 바뀌자 또 ‘방통위원장 찍어내기’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7월 31일 취임했다. 민주당은 취임 이틀 뒤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공직자가 단 이틀 만에 쫓겨날 정도의 중대한 불법을 저지르는 게 가능하냐”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뿐 아니라 감사원, 경찰, 입법권을 동원해 이 위원장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유튜브 발언을 문제 삼아 민주당은 2024년 11월 국회에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가결했다. 지난 4월엔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6월 대선 승리 후엔 방통위법을 개정해 이 위원장 교체를 추진해 왔다. 민주당 의원은 국회 공식 회의에서 이 위원장을 “이진숙씨”라고 부르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취임 이후 KBS·MBC·EBS의 이사진 구성 등을 바꾸는 ‘방송 3법’을 놓고 대통령실, 여당과 충돌했다.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이 대통령실이 공개하지 않은 국무회의 내용을 국회에서 언급했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이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중단시킨 데 이어 29일 직권 면직을 검토한다고 공식화했다.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법에 따라 임기(3년)가 보장된다.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감사원에서 주의 통보를 받았고, 이는 방통위법상 ‘다른 법률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 면직할 수 있다’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징계도 아닌 감사원 주의 처분만으로 직권 면직이 가능할지는 논란이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는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했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돼야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감사원의 주의 처분은 징계 요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 시절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비판한 ‘방통위원장 찍어내기’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5월 윤 전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 남겨둔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한 위원장은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현재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부당하고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면직 조치를 강행했다”며 “법률에 위반되는 면직 조치는 이 정부가 그렇게 선호하는 직권 남용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높다. 아무런 근거 없이 임기가 보장된 공무원을 일반 공무원처럼 면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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