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방문 말고 다자외교는 처음…한미일 대응·러시아 편중 외교영역 확대
시진핑·김정은·푸틴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다자외교 데뷔전을 치른다.
대형 행사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각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상국가' 이미지를 꾀하고, 반서방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해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과 중국은 다음 달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세계대전) 승전 80돌 기념행사'를 연다고 지난 28일 비슷한 시각에 발표했다.
사회주의 국가가 중시하는 정주년(5·10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만큼 성대하게 치러질 행사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 26명이 참석한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2011년 집권 이후 다자 외교무대에 처음으로 얼굴을 비추는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열병식을 비롯해 다자 외교무대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아버지 김정일은 집권 후로는 다자 행사를 기피했고 김정은 본인도 2018년 3월 방중 이래 싱가포르, 베트남, 러시아를 방문했지만 모두 양자관계 차원이었다.
김 위원장이 그간 다자외교 무대에 안 나타난 데는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며 고립을 자초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일 수령'으로서 자신이 온전히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다자회의 성격상 여러 정상에게 분산되는 걸 원하지 않았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푸틴 선물 승용차 운전하는 김정은 |
결국 그의 참석 결정은 변화한 국제정치 판도를 고려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 결속에 대한 대응으로 북중러 연대를 공고히 하고, 우크라이나전을 거쳐 러시아에 편중된 자국 대외정책에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망루에 같이 서는 그림을 연출하게 됐다.
공교롭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미국을 연이어 순방하며 한미일 협력에 힘을 실었고, 비슷한 시기 북중러 정상이 한 컷에 담기는 장면이 만들어지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구도가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김 위원장이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신냉전 구도 현실화'를 언급하고 반미 진영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종종 비춰온 만큼 신냉전 구도에 편승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됐을 수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국면에서 그간 북러 밀착으로 껄끄러워졌던 중국과 관계를 다져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와 혈맹을 맺으면서 중국이 불만을 품었고, 북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관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주북 중국대사관의 전승 기념행사에 고위급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하고, 과거 일본에 대항해 함께 싸운 우의에 대한 발언이 나오는 등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북러 관계 향방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러시아에 집중했던 외교에서 확실한 활로를 모색하려고 나섰을 수 있다.
여기에 각국 정상과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정상국가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 대화 의지를 밝힌 만큼 시 주석과 의사를 타진하고 향후 북미대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전승절 참석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중러 모두 서방국가들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맞서는 북중, 북러, 북중러 간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고 봤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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