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접견, 적절한 시점에 결정할 것" 속도 조절
'김장대첩' 주장도… 지도부서도 "문제 인식"
(왼쪽부터) 김민수 최고위원, 송언석 원내대표, 장동혁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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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탄(탄핵 반대)' 세력을 등에 업고 출범한 장동혁 체제에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도 모자라, 12·3 불법 계엄마저 적극 옹호하는 통에 반탄파 위주로 짜인 강성 지도부조차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연착륙에 나서려는 장동혁 대표와 달리 김 최고위원이 강경 노선을 고집하자 당내에선 강성 당원 표심을 겨냥한 두 사람의 경쟁을 두고 "김장대첩"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제1야당으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하는 장 대표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장동혁 체제 출범 이후 김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기간보다 더 폭주하고 있다. 지도부 첫 회의부터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게시판 조사를 예고하며 찬탄(탄핵 찬성)파를 향한 선전포고를 날린 게 대표적이다. 탄핵 반대를 넘어 "윤 대통령은 어떤 국민도 다치게 하고 불안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노골적으로 불법 계엄을 옹호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윤 어게인 세력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초강경 노선을 천명한 김 최고위원과 달리 장 대표는 온건 모드로 돌아섰다. 전대 기간 목청을 높였던 찬탄 청산론에 대해서도 원칙 있는 통합으로 '톤다운'시켰다. 불법 계엄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의회 폭거를 해결하는 방법이 계엄이라는 것이 적정하지 못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수용한다"고 윤 어게인 세력의 주장과는 거리를 뒀다.
두 사람이 가장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건 윤 전 대통령 접견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공언한 장 대표는 지난 29일 당 연찬회에서 "지금은 당을 빠르게 정비해야 할 시간이다. 윤 전 대통령 면회와 접견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정을 하겠다"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이미 접견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여권의 당정 갈등을 비유하는 표현 '명청대전(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에 빗대 '김장대전', '김장대첩'의 시작이란 말까지 나온다. 박상수 전 대변인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에 명청교체기가 있다면 국민의힘에는 김장대첩이 시작됐다", "김장철이 오면 김장대첩은 단풍과 함께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같은 대립 구도를 의식한 듯 트위터에 "휘지도 꺾이지도 않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누가 진짜인지 확인합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당 안팎에선 신중 모드로 돌아서려는 장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장 대표 입장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합리적 보수와 중도 민심 공략 차원에서라도 일정 부분 변침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날 추가 당직 인선에서 장 대표가 합리적 중도 성향의 4선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내년 지방선거 공천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에는 실무 능력이 좋고 당내 관계가 두루 원만한 재선의 정희용 의원을 내정한 것을 두고 "장동혁 체제가 중도 노선으로 선회하는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지도부가 김 최고위원 '입단속'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8일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서도 김 최고위원 발언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장 대표는 연찬회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각각 다양한 입장과 의견은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당에서 나가는 목소리가 국민들께 공감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발언이 나올 경우 제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한 지도부 관계자도 "너무 발언이 튀어서 지도부에서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구두로든 (경고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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