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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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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로키'(low-key·절제된 대응) 전략을 택한 것은 경제적 효용을 넘어 핵무장 잠재력 확보라는 안보적 가치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핵 비확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자극해 불리한 협상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일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미국 측의 긍정적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의를 받고 "미국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측면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여지를 갖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일본 내 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얻었다. 당시 협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 뿐 아니라 핵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플루토늄, 우라늄 농축 권한을 획득했다. 일본은 이를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유사시 단기간 내 핵무기 제조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일본이 6개월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도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했지만 주요 내용은 원자력 R&D(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국내에서 부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생산과 사용후핵연료 일부 연구는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본 수준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의 권한은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정상 간에 이 사안이 거론됐고 대체로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며 "농축·재처리 분야에서 좀 더 많은 공간을 받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고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에서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얻을 경우 차세대 핵연료 개발이 가능해 궁극적으로 원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원전 부지에 쌓여 포화 상태에 다다른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 등이 NPT 체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안보적 가치와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는 게 협상의 기본이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언급을 하다가 "비핵화는 대단히 중요한 의제이고 러시아와 중국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본다"며 "핵무기의 확산을 좌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로키 전략을 통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이뤄진다면 안보적으로 큰 파급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이 비록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 북한이 지금처럼 남한을 무시하고 수시로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며 "핵잠재력은 적국의 공격 비용을 높여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단기간에 핵무장으로 가는 길은 현실적인 장벽이 매우 높지만 북핵 위협에 대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핵무장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며 "다만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협상과 NPT 체제 안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핵무장 잠재력 확보란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 제재 등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만큼 당장은 하지 않되 유사시 언제든 핵무장이 가능한 수준의 능력을 구축해 두는 것을 뜻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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