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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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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상대 찾으면 세월만 흐른다"... '나는 절로' 스님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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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절로' 기획한 묘장 스님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출간
    '나는 절로' 성공 비결은 '덜어냄'
    "한국 불교, 대중과 함께 걸어야"


    한국일보

    묘장 스님.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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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좀 부족하고 상대방도 좀 부족한 상태에서 짝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완벽하기 위해, 완벽한 상대방을 찾기 위해 헤매다보면 세월이 한없이 흘러요.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야말로 더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어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초대박 히트작 미혼 남녀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기획한 묘장 스님의 얘기다. 묘장 스님은 최근 '나는 절로'의 경험을 토대로 사랑과 인연에 관한 수필집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를 냈다.

    조계종은 2013년부터 '만남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남녀 만남을 주선했다. 2024년 SBS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에서 착안해 '나는 절로'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13, 14일 강원 속초시 신흥사에서 진행 예정인 '나는 절로'에는 24명을 뽑는 행사에 2,620명이 신청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출간을 기념해 1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프로그램이 잘 안됐던 시기에는 한두 시간씩 (사랑에 관한) 강의를 하고 새벽에 깨워 108배를 시키고 했다"며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잔소리일 수 있어서 잘되라는 이야기를 안했더니 (프로그램 운영이) 잘됐다"고 성공 비결을 전했다. 이어 "인연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나는 절로'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순히 연애나 결혼을 돕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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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첫 번째 '나는 절로'가 열린 하동 상계사 편에서 참가자들과 함께한 묘장 스님.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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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부부는 진리로 향하는 길을 함께 걷는 '도반'이다. 묘장 스님은 "꼭 이성적 사랑에만 목맬 필요가 없다"면서 "좋은 친구나 사제, 선후배 같은 관계도 훌륭한 배우자(도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살면서 만나게 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며 "조급함을 덜고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또 "사랑에도 때가 있고 때를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로 인연을 만나는 법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남녀가 잘 맺어지는 것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묘장 스님은 "이들은 커리어가 조금 부족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이해한다"며 "'아, 우리가 나머지 빈 곳은 함께 살아가면서 채우자'라는 마음이 자리를 잡은 덕분에 상대의 부족한 점도 수용하고 함께 미래를 계획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30대 후반을 넘어가면 직업적 성취가 쌓이는 만큼 상대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다고 했다. 그는 "급하니까 눈을 낮추고 자기 객관화도 잘 되어서 좋은 인연이 많이 만들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잘 안되더라"고 했다.

    책에는 그의 주례사도 실렸다. 행운과 불행으로부터 청혼을 받은 총각이 행운을 선택하자, 행운이 불행의 청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떠나겠다고 밝히는 이야기다. 묘장 스님은 "살다 보면 기쁘고 행복한 일만큼 어렵고 힘든 고난이 따라올 텐데, 그럴 때면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시원한 그늘이 되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에서 지난달 20일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불교의 대중화도 강조했다. '힙한 불교' 선봉장인 그는 불교가 청년에게 점심을 공양하는 '청년밥심' 등 문턱을 낮춰 포용하는 자세로 대중에 다가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불교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늘 길 위에서 대중과 함께 걸었던 부처님처럼 사람들과 나란히 걸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절로'도 "나이가 들어 홀로 된 사람들이 절에 오곤 하는데 가족이란 보호장치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조용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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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 책표지. 불광출판사 제공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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