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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中열병식’ 참석 김정은, 트럼프 만남 전초전인가 [이우탁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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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1기 시절 김정은,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행보...‘中견인’ 성공
    북중러 vs 한미일 신냉전 구도, 지각변동 주목




    더팩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것처럼 이번에도 시진핑 회동 후 트럼프를 만날지 주목된다. 사진은 2019년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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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26일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2년 집권 이후 김정은의 첫 외국 방문이었다. 북중 관계는 시진핑 주석이 2013년 등장한 이후 2018년 초까지 냉랭했다. 시 주석은 혈맹인 북한을 외면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하기도 했다.

    북중관계의 틀이 흔들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김정은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미국에 접근했고, 이는 역사적인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것이 2018년 3월 9일이었다.

    북한이 일부러 중국을 배제한다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논란이 국제외교가에 번졌다. 그럴 때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Stakeholder)"라며 ‘차이나 패싱’을 부인하는 논평과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니까 김정은의 미국 접근이 중국을 움직인 것이다. 3월 26일 방중도 시진핑 주석의 요청으로 성사됐고,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발표 직후 황급히 추진됐음이 드러났다.

    이런 패턴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싱가포르 회담(6월12일)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반도 질서의 대전환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중국은 다급해졌다. 그 결과 미북 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두고 중국은 다시 김정은의 방중을 연출했다. 그해 5월 7-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시진핑 주석은 한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순치’와 ‘혈맹’을 다시 강조했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미중 정상회담 직후 다시 시진핑과 만났다. 미국을 고리로 북중관계를 완전히 복원했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둔 2019년 1월 4차 북중정상회담이 다시 열렸다. 트럼프를 상대하기 전에 김정은은 시진핑과 만나는 성의를 보였고, 중국은 김정은이 중국 대륙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까지 이어진 ‘1호열차 이동’을 정성껏 지원했다.

    2019년 5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평양을 찾았다. 그리고 그 다음달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회동이 이뤄진다. ‘하노이 노딜’로 상징되듯 2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자 미국은 ‘북한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논리로 중국을 압박했다. 패권도전국 중국을 견제하고 공격하는데 ‘북한 카드’를 사용한 셈이다.

    전략적 삼각관계의 틀에서 보면 김정은이 당시 ‘화려한 정상회담’ 이벤트를 연출한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집권 초기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핵무력 완성을 위해 질주한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미 전략경쟁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의 속내를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확실하게 파악했다. 특히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상대로 영변 핵시설 해체를 고리로 미국의 대북 제재해제 등 과감한 딜을 하려 했던 김정은은 트럼프의 일방적 ‘협상결렬’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김정은은 미국과의 담판을 포기하고 ‘핵보유국화 전략’에 몰입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강화했다.

    이로써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동아시아에서 ‘북중러 vs 한미일’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시진핑 주석과 6번째 만남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열병식에 많은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것을 생각하면 다자외교 데뷔전이 되는 셈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은 40여년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65년 ‘반둥회의’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비동맹회의 10주년 기념식에 김일성 주석 수행원으로 참석한 적은 있지만 최고지도자 시절엔 다자외교에 나선 적이 없었다.

    김일성 주석도 1986년 짐바브웨 비동맹 회의 참석이 마지막 다자외교 일정이었다. 6년 만에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기로 한 김정은의 속셈은 무엇일까. 올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임기 시작이후에도 한동안 침묵해온 김정은이다. 7년 전 그랬던 것처럼 시진핑을 만난 뒤 전격적으로 트럼프와 만나겠다는 대형 뉴스를 발표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한국, 일본에 대항하겠다는 ‘항전 의지’를 밝힐 것인가.

    벌써부터 김정은의 전략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침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시점이다. 큰 틀에서 미중 전략경쟁이 가열되고, 중국을 축으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동맹 회동’이 전개되는 이 시점에서 대형 변수에 흔들리는 한반도 정세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혹여라도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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