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통합 뒤 'AI 기금' 재편 제안도…"기업 투자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매해 감소하는 ICT 기금…방발기금 5928억원·정진기금 7188억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원자력기금과 기후대응기금은 늘었다. 원자력기금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한 2316억원, 같은기간 기후대응기금은 76,1% 늘어난 1465억원이었다.
그 외 기금은 모두 줄었다. 특히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 등 ICT 기금의 감소폭은 컸다. 내년도 정진기금은 24.1% 감소한 7188억원, 방발기금은 20.2% 줄어든 592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은 소외계층에 대한 방송 접근권을 보장하거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등 방송통신 관련 공익 사업의 재원을 충당하는데 쓰인다.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의 부과 대상은 정부로부터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자다. 공공재(주파수)나 사업권역에 대한 배타적 사업권을 허가받은 만큼 여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산업 발전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통신사는 주파수 할당대가를, 방송사는 매년 방송 매출의 일정 부분을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내고 있다.
다만 기금의 납부기관과 활용기관이 다른 부분은 거듭 지적됐다. 예컨대 최근 5년간 방발기금을 부담하지 않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 기관에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나 국악방송 지원 등의 명목으로 들어간 예산만 2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는 문체부 예산으로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조원대 기금 적자, 줄진 않는다…"기금 운영, 시장 환경 제대로 반영해야"
이처럼 기금의 운영효율성을 높였음에도 불구 오히려 내년도 예산은 감소했다. 코로나 직후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기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ICT R&D 비용 등 일반회계를 기금으로 돌려 차질없이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경기 활성화에 사용되던 비용들도 기금에서 다시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조정 작업을 거친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최근 진행된 과기정통부 2026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직후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기금을 많이 사용하게 되다 보니 기금 사정이 상당히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이러한 사실은 예산당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기금으로 쓰이던 것을 일반회계로 이관하는 조정작업을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ICT R&D 투자는 2025년 대비해 22.7% 늘어난 1조6142억원을 편성했다"라며 "인공지능(AI)이나 관련 인력양성 등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지 않도록 저희도 계속 챙겨보겠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정부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ICT 기금 적자를 모두 일반회계로 돌려 해결할 수 있냐다. 현재 기금의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아 주파수 할당대가와 대출 등을 통해메꿔왔다.
다만 현재 적자폭은 갈수록 커질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발기금만 해도 방송 사업자의 매출 일부로 마련되는 특성상 계속 감소하고 있다. 매해 방송시장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 할당 경매도 과거처럼 활발하지 않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문재인 정부 당시 디지털 뉴딜 정책에 기금을 활용하면서 (ICT 기금에) 구멍이 났다"라며 "하지만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긴 어려우며 대규모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는 한 그 정도 적자를 메꾸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효율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을 정리해야하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재난방송 시스템 구축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지원 등의 부분에서 기금의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라면서도 "다만 기금의 징수나 운영이 현재 시장의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냐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수술대 오르는 ICT 기금…체계 전면 개편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ICT 기금 체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방발기금 대상의 적절성이 지적된다. 예컨대 케이블TV 사업자의 영업이익 대비 방발기금 비율은 2024년 기준 무려 168.4%에 이른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이젠 추가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워 방발기금의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부과 기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서비스매출액’을 기준으로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반면, 지상파는 ‘방송광고매출액’을 징수 기준으로 삼았다. 홈쇼핑사업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기준이다. 부과 요율도 서로 다르다. 현재 징수율은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1.5%로 같고, 홈쇼핑 사업자는 13%다. 지상파는 KBS 2.55%, MBC 3.82%, SBS 1.94%로 서로 다르다.
당장은 방발기금과 정진기금을 통합해 운용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제안된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은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을 통합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두 기금은 2010년 정보통신부가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눠지며 분리됐다. 다만 이후 예산이 중복 집행되는 등 자금 운용과 집행기관이 달라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기금 통합과 함께 기금의 성격과 부과 대상 역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 기금 제도를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하는 방안이 주로 이야기되는데 (국내에서) 투자를 많이 하는 사업자에 기금을 추가적으로 걷는 게 맞는 지 검토해봐야 한다"라며 "특히 국내 매출만을 놓고 봤을 때 추가로 걷을 수 있는 규모는 크지 않은데 오히려 (매출 대비) 직접 투자 비율을 정해두고, 이를 만족하지 않을 시 기금을 부과하는 유럽의 방식도 살펴보면 좋겠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부과대상 변경 부분에선 방발기금 및 정진기금의 합병을 통해 ‘AI기금’으로 전환한 뒤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납부하게 하는 것도 방안"이라며 "AI기본법을 만들고 있는 현 시점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