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강화·교류 협력·우호 관계 지속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 묵은 과제 손댈 듯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 이후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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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빠르게 풀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아 '전략적 협력 강화·공동이익 수호'를 하기로 하면서 양국 기대감은 한껏 높아졌다. 북한으로선 러시아를 지렛대 삼아 안보를 가다듬고 중국을 통한 경제 회복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끌어안으며 경제, 안보적으로 대척점에 선 미국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세력권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북중 정상은 전날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선 데 이어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소통 강화와 긴밀한 교류 협력, 전통 우호 협력관계 지속 발전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북러 밀착 국면에서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끊기다시피 할 정도로 꺼져갔던 우호 불씨가 확 살아난 모습이다. 특히 북중 정상이 손을 맞잡으면서 북중 국경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등 교역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비료·곡물 교역 가뭄, 북중 교역 단비 될까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왕복 4차선의 신압록강대교.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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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교류가 거의 끊긴 중국에 대한 대안으로 러시아와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계기로 경제적 돌파구도 러시아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러시아와 ‘혈맹’을 강조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변하면 대러 관계가 지금처럼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 확대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첫 다자 외교 무대에 나서게 하는 강한 유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일 발간한 이슈브리프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참석 의도와 파장' 보고서에서 최근 북러관계가 상당한 진전을 보였지만 북중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러시아에 기울어진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이번 행사(열병식)를 통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러시아와 협력을 지속하면서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북한판 '안러경중'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경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을 선전하면서도 주민 전반의 경제난을 해소하지는 못했는데, 경제적으로 위축됐을 북한 주민들에게 민생 회복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최선의 이벤트였다”며 이번 북중 정상 간 만남은 북한 체제 유지에도 상당히 좋은 기회가 됐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김 위원장이 톈안먼 망루에서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동등한 위치에 선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시 주석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2면 상단에 배치하며 북중 관계 회복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과의 교역 재개에 얼마나 목이 말라했는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장마당 민심’을 거론하며 “실질 시장경제는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데, 중국이 교역은 물론 밀수도 철저히 틀어막고 있어 개개인의 생활은 아주 피폐해진 상태”라면서 “주민들로선 북중 교역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까지 외형적 성장세는 회복한 듯 보였지만, 중국에 기댔던 대외 교역은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27억 달러로 전년(27억7,000만 달러)보다 2.6% 감소했다. 특히 비료(-87.8%), 곡물(-88.1%) 등 주민들이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교역품에 대한 수입 감소 폭이 커 중국과 교역 확대는 더욱 절실했다.
김정은, 중국 지렛대로 보폭 넓힐 듯...중국 의존은 '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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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간 반미(反美) 빅텐트 협력이 한층 공고해지면서, 북한이 중국을 외교력 확대의 지렛대로 삼을 길도 활짝 열렸다. 시 주석의 초청을 통해 다자외교 무대에 서면서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묵인받을 길이 열렸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방중으로 몸값을 크게 올린 김 위원장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보폭을 넓힐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이번 행보로 중장기적으로는 (대북제재 카드를 쥐고 있는)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주고받을 카드가 되레 줄어들 수 있고, 또다시 중국에 의존하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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