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우크라 종전 염두에 두고 주변국 관리…"한반도 중재자 역할 통해 불량국가 이미지 희석"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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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해 주려는 이른바 '남북 메신저'를 자처해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의 외교관계도 일부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러시아와 북한의 이른바 '불량 동맹'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목적이 있단 해석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특파원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날) 열병식 참관 성과를 발표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3일 전승절 리셉션 행사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 의장에게 '북러 정상회담 계기로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우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는데 어떤 말을 전달하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 한반도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는게 매우 중요하며 그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전달해달라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에게) 첫 단추로 문화교류를 통한 접근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며 "내년 한국에서 유네스코 총회가 열리며 한국의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세계 유산에 등재된 만큼 총회 기간 유네스코 위원들이 금강산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잘 알겠다" 화답했다는 게 우 의장의 전언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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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남북 메신저'를 자처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주변국을 관리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이재명 정부가 국익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 등과도 외교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한국과 상종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려놓고 자신이 우 의장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면 자기모순"이라며 "그 틈을 푸틴 대통령이 포착해 잘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영향력을 활용해서 한국을 러시아 쪽으로 끌어들이고 외교적 고립 상황에서 관리하는 차원도 있다"고 했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러시아학과 석학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건설적 중재자라는 러시아의 전통적 시각에 더해 이재명 정부와의 한러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우 의장에게 남북 메신저를 자처한 것"이라며 "러북 혈맹은 국제사회로부터 '불량 국가'의 협력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이 당분간 호응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과 잠시 조우해 악수했는데 7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고 어렵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며 "한반도 평화 진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전날 천안문 망루에 오르기 전 대기장소에서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우 의장이 "7년 만에 다시 봅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이 "네"라고 짧게 답했다고 한다.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만나 술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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