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혼란과 갈등'의 방통위, 결국 폐지…17년 역사 돌아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 정책 기능을 통합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한다. 이로써 2008년 출범한 방통위는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직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 폐지로 새로운 위원회가 신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위원들은 자동 면직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관련해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해 출범했으며, 방송의 공공성과 통신의 효율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5인 합의제 구조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균형을 보장하려 했지만, 정권 교체와 여야 갈등, 위원 추천 지연이 겹치면서 점차 기능이 약화됐다. 출범 초기에는 언론 독립성과 통신 발전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시간이 지나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원장 인사와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위원장은 정권 교체 뒤에도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고수했다. 여권은 위원 추천을 거부했고, 방통위는 장기간 정족수 미달로 합의 기능이 마비됐다. 여기에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이어졌고, 결국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 재가로 면직됐다. 그는 "방통위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임기 보장"이라고 반발했지만 위상은 이미 흔들린 상태였다.

    뒤를 이은 인사도 잇따라 논란을 낳았다. 후임으로 지명된 이동관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는 과거 언론정책 개입 논란과 자녀 학교폭력 의혹 등으로 4개월 만에 사퇴했다. 이어 2023년 12월 임명된 김홍일 전 검사는 대검 중수부와 공안부 출신으로 '공안통' 이미지가 강했지만, 정치적 편향 우려 속에 7개월 만에 사퇴했다. 방통위의 신뢰 회복에는 이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은 방통위 첫 여성 위원장이었지만, 정치적 발언 논란과 법인카드 사용 의혹, 주식 백지신탁 지연 문제 등으로 곤혹을 치렀다. 그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다른 위원 공석이 채워지지 않아 사실상 단독 체제로 위원회를 운영했다. 합의제 기구로서의 본래 기능은 작동하지 못했고, '식물 방통위'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 같은 혼란과 기능 마비 끝에 정부는 결국 방통위 폐지를 선택했다. 새로 출범할 방미통위는 방송과 통신,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기구로,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특히 기존 방통위가 합의제 특성상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정쟁에 휘말리기 쉬웠던 점을 고려해, 보다 실무 중심 조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통위 폐지 결정이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정치적 논란 속에 기능을 상실한 독립기구의 퇴장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있다. 출범 당시 방통위는 방송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정권 교체와 인사 구조의 한계로 본래 취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새로운 기구를 출범시키더라도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지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새로 출범할 방미통위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특히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방송 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구체적 구조와 인사 기준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