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폭력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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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하버드대 교수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럴라인 엘킨스가 '폭력의 유산'을 펴냈다. 저자는 영국 제국주의가 폭력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지배 자체의 본질로 삼았음을 입증한다.
엘킨스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린 영국 제국의 탄생부터 몰락까지를 추적한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인도, 아프리카, 중동 등 제국 전역에서 자행된 국가 주도 폭력이 오늘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인도·파키스탄 갈등, 이란과 서방의 대립 같은 분쟁의 불씨가 되었음을 드러낸다.
1부는 제국주의 국가의 형성을 다룬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점점 더 문명화의 명분이라는 자유주의적 논리로 정당화됐다"고 평했다. '자유 제국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복과 전쟁, 법치라는 미명 아래 합법화된 폭력이 식민지 전역을 지배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영국은 아랍과 유대인에 상반된 약속을 하며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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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처음에는 정복으로, 그다음에는 법치와 적법한 폭력에 대한 독점으로 현지 주민을 통제했다. 그러나 전쟁의 소용돌이는 제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아랍봉기 당시 경찰이 용의자를 고문하며 고환에 불붙은 담배를 갖다 대는 장면, 게슈타포를 연상케 하는 폭력은 국가 권력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실상이다. 제국은 이념과 전쟁 속에서 '악마의 소굴'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3부는 제국 몰락의 과정을 기록한다. 인도 독립 과정에서 영국은 수많은 문서를 불태워 증거를 은폐했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은 결국 드러났고, 제국주의가 남긴 폭력의 유산은 오늘날까지 사회 구조와 국제 분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책은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증언을 통해 영국 제국의 폭력 체계를 해부한다. 저자는 학문적 내부고발자로서 마우마우 사건 등 은폐된 역사를 세상에 알린 과정을 생생히 담아냈다.
엘킨스는 폭력이 단순히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국제 질서의 구조적 뿌리임을 강조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제국주의의 폭력이 낳은 현재의 분쟁과 그 역사적 맥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폭력의 유산/ 캐럴라인 엘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윤영휘 감수/ 상상스퀘어/ 4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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