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7개월 흑자에도 환율 하락 막는 달러 가뭄
“환율 더 오른다"…기업 외화예금 2년 새 9.4% 증가
대미 투자 확대까지…하반기 환율 1400원대 고착 우려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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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흑자 늘어도 환율은 제자리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7억 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외화예금 잔액은 904억 2000만달러로, 2023년 5월 말(826억 7000만달러)보다 9.4% 늘었다. 올해 6월 들어 기업 외화예금은 900억달러대로 재진입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달러 공급은 수출, 즉 경상흑자 규모에 의해서 결정된다.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실제 외환시장에 유입되지 않고 외화예금으로 쌓이면서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말부터 한 달 이상 환율은 1380~1400원 박스권에 갇혀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8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주말 사이 미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지만, 전날 환율은 외려 상승하며 1390.6원에 마감했다.
이처럼 미 달러화와 환율이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데는 국내 ‘수급 요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 증시 자금 유출 등 달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수출기업이 수출 대금을 외화예금으로 묶어두면서 시장의 달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환율 오를 것”…대미 투자까지 겹친 달러 가뭄
기업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환율 상승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수출업체 절반 정도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해 달러 매도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진 점도 달러 예치 수요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관세 협상 결과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예고되면서 외화예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협상이 6월에 마무리된 만큼 이르면 8월 외화예금부터는 대미투자 수요가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딜러도 “대미 투자액이 수천억달러에 이르기에 외환거래에서도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해외직접투자 수요가)심해지면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건 고사하고 오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달러 약세 폭 둔화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하반기에 환율은 1400원 부근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경기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으로 상반기에 비해 달러 약세 폭이 줄었다”면서 “수급적으로도 환율 1400원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어 3분기 평균 환율은 1370원대를 보이다가 4분기에는 다시 1400원대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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