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앞 분식집 사장이 수백장 몰카
서대문·광명 유괴 미수 등 사건 이어져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A씨가 운영하던 분식집. A씨는 몰래 초등학생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검거됐다. 이영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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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건강상 이유로 영업을 중단합니다.’
10일 서울 마포구 한 초등학교 인근의 분식집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유리문에 붙어있었다. 이 분식집은 수개월간 초등학생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오다가 최근 덜미를 잡힌 A씨가 운영하던 분식집이다. 가게 내부에는 정리되지 않는 집기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임대문의’ 안내 현수막을 걸기 위해 가게를 방문한 인근 공인중개사는 “분식집 사장 아버지가 안내문을 걸고 갔다”며 “A씨는 이 자리에서 1년 정도 장사했는데 착하고 싹싹했다”고 회상했다.
30대 분식집 사장은 상습적으로 초등학생 몰카를 찍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초등학생을 몰래 촬영한 신체 사진 수백장이 나왔다.
분식집 인근에 거주하는 마포구 주민 주모(66) 씨는 “요즘 들어서는 가게 안에 학생들이 뜸한 것 같기도 했다”며 “보면 고학년 애들은 없고 다 저학년 애들만 있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상담차 지구대를 방문한 한 학부모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고 분식점으로 출동해 A씨를 임의동행했다. 그는 “직접 촬영한 게 맞다.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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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학원에 가던 초등학생에게 “애기야 이리 와”라며 손을 낚아채려 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입건했다. 또 인천과 제주에서도 여중생과 여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유인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일에는 경기도 광명에서는 10대 남성이 여자 초등학생의 입을 막고 유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도 벌어졌다.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차량을 운전하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유인하려고 했던 일당 3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을 겨냥한 범죄가 이어지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생들을 유괴하려 한 20대들이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5일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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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33건이다. 2020년 158건 수준에서 ▷2021년 192건 ▷2022년 221건 ▷2023년 258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다만 이 숫자가 전통적인 의미의 강력범죄로 분류되는 ‘납치’가 증가한다고 단순하게 해석하긴 어렵다. 이혼한 부모 중 한쪽이 전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려가는 경우도 ‘유인’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돈을 목적으로 아이를 유괴하는 범죄 유형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요즘은 성적인 목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이들이 미성년자를 노리는 사례가 많아서 부모들이 노심초사한다. 동시에 범죄 의도가 없이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더라도 이 사실을 안 부모가 ‘수상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유인했다’며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유인하려는 사람들은 술에 취한 사람이나 치매 등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라며 “해당 경우들은 대부분 금방 검거된다”고 말했다.
아동을 겨냥한 범죄 신고가 잇따르자 서울경찰청은 다음달 12일까지 범죄 예방 종합대책을 벌인다. 서울 시내 609곳의 초등학교 근처에 순찰 경관을 집중 배치하고, 아동에 얽힌 112신고는 ‘코드1’ 이상으로 무겁게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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