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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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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째 데이터센터 거부한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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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도 반출 압박한 구글, 韓 정부와 줄다리기

    좌표값 제한 수용했지만…"안보 우려 불식 못해"

    韓 규제 예외 주장에…"분단국 특수성 고려해야"

    '고정밀지도' 정의도 부정…정부와 온도차 뚜렷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구글의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구글은 정부의 일부 안보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국내 IT 업계와 정부는 ‘반쪽짜리’로 판단, 여전히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전날 돌연 실시한 기자간담회 이후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좌표값 삭제와 안보 우려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문제 △분단국 특수성에 대한 인식 차이 등 3가지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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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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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좌표값 미제공”…업계 “위성 결합 시 안보 우려 여전”

    정부는 구글의 지도 반출 조건으로 △보안시설 블러(흐림)·위장·저해상도 처리 △좌표 삭제 △보안시설 노출 시 즉시 시정 가능한 국내 서버 설치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구글은 한국 지역의 위·경도 좌표를 국내외 모든 사용자에게 표시하지 않고 보안 시설은 블러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 좌표값 삭제만으로는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글 어스 등에서 제공되는 위성 사진에는 이미 좌표를 포함한 메타데이터가 존재하며, 이를 1:5000 축적 고정밀 지도와 결합하면 군사 시설 노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좌표값 삭제 요구는 사실상 위성 데이터와의 결합 후 노출에 대한 우려까지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단순히 지도 서비스상에서 좌표만 삭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지도학회지 연구에 따르면 정밀 지도를 위성 영상과 중첩하면 군사 시설의 침투로, 보급선 등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전에서 이러한 데이터는 드론 공격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핵심 쟁점 ‘데이터센터’ 설치 18년째 거부

    또 정부가 내세운 지도 반출 조건의 핵심 전제 사항인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구글은 이번에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구글코리아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구글 지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더라도 프로세싱은 해외에서 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인 제약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크업계에선 보안 필터링을 거친 국내 서버 활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글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보안 처리 후 해외 서버와 연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각에선 국내 서버 설치 거부가 법인세 회피 등 다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구글의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개별 기업의 기자간담회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국내 서버 설치 등 사후 관리 방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구글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는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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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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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만 규제” vs “안보 현실 고려해야”

    구글은 1:5000 이상의 지도 데이터 프로세싱 단계에서 국가의 허락을 받는 경우가 없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규제가 예외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밀 지도 해외 반출에 대해 정부 협의체의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구글은 1:5000 축척 지도를 ‘고정밀지도’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지도를 ‘국가기본도’라고 칭하며, 고정밀 지도에 대한 정의에 견해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국내 학계는 1:5000 축척 지도를 고정밀 지도로 분류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1:5만~1:20만 수준의 지도를 보유하는 데 그치며, 전 세계적으로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를 전국 단위로 확보한 국가는 한국과 대만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정부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정밀지도에 대한 근본적인 정의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지도 반출과 관련한 정부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정밀 지도에 대한 우리 정부와 학계의 합의된 정의조차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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