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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나토, 창설 이후 7번째 제4조 발동…차후 대응 수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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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나토 내부 의도된 공격으로 보지 않는다 판단"

    의도와 상관없이 나토 결의 체제 시험할 듯

    추락 드론 대부분 저가 미끼용 드론

    이데일리

    10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비리키-볼라 마을에서 러시아 드론이 격추되며 떨어진 파편으로 파손된 주택을 경찰과 군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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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10일(현지시간) 창설 이후 일곱 번째로 조약 ‘제4조’를 발동했다. 폴란드가 러시아산 드론의 자국 영공 침범을 이유로 “영토 보전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긴급 협의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나토 32개 회원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수위를 논의했다.

    나토 조약 제4조는 회원국이 위협을 감지했을 때 전체 회원국 간 협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으로, 집단 방위를 명시한 제5조보다 수위는 낮지만, 동맹국 간 결속을 확인하고 외부 도발을 억제하는 상징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준비돼 있다. 나토 영토를 철저히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대응은 러시아를 더욱 오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매튜 휘태커 주나토 미국 대사는 역시 엑스(X, 옛 트위터)에 “우리는 이런 영공 침해에 직면한 나토 동맹국을 지지하며, 나토 영토를 구석구석까지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나토는 드론 침입을 ‘무력 공격’으로 공식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 내부 정보 당국은 이번 사안을 “의도된 공격으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뤼테 사무총장은 이번 침공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어느 쪽이든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만약 나토 회원국이 명백한 무력 공격을 받는다면, 집단 방위를 규정한 나토 조약 제5조가 발동될 가능성이 커진다. 나토는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의무는 없지만,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레드나인’(넘을 수 없는 선)이 된다. 만약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나토 자체의 존재 의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대응에도 나토 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이뤄졌다. 9일 밤 11시 30분 첫 드론이 포착됐을 때 폴란드 동부 상공에는 나토 전투기와 헬리콥터들이 순찰 중이었다. 투입된 전투기는 폴란드 F-16 전투기 2대와 네덜란드 F-35 전투기 2대이며, MI-24, MI-17, 블랙호크 등 여러 기종 헬리콥터들도 작전에 참여했다. 폴란드 조기경보기 사브(Saab) 340 항공기와 이탈리아의 AWACS 정찰기가 침공 위협을 분석했으며 지상 레이더와 연동해 실시간 정보를 수집했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새벽 3시에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뤼테 사무총장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과 즉시 연락을 취했다.

    독일은 미사일 및 드론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공 시스템 2기를,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2대를 폴란드에 배치했으나 이날 밤에는 출격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를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며 “폴란드군과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드론들이 전파교란으로 경로를 이탈해 자국 영공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하며, 일부를 자국군이 격추했다고 밝혔다. 오후 11시쯤에는 폴란드 측에 이 드론들이 영공을 침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범된 드론 중 일부는 ‘샤헤드’ 계열 공격용 드론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는 ‘거베라’(Gerbera)라는 명칭의 비무장 모도 드론으로 확인됐다. 거베라 드론은 중국 ‘스카이워커 테크놀로지’가 제작한 조립 키트를 활용해 러시아 옐라부가 공장에서 조립한 저가 장거리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상대 방공망 교란을 위한 미끼용 드론으로 활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거베라 드론은 카메라를 장착해 정찰 임무에 투입 가능한 기종으로, 러시아가 나토의 방공 시스템 대응 속도와 효율성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국경 침범을 넘어 푸틴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다. 영국 BBC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번의 전례 없는 사건은 러시아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기로 결정할 경우, 서방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대응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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