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로 인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의 문화 차이에서 발생한 사태이지만 사실 당황스럽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섭섭함을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의 미국 조지아주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현재 상태라면 미국 현지 직접투자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이민당국은 대대적인 기습 단속으로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고 대미 투자를 늘리려는 한국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이 대통령도 "사실은 당황스럽다"고 이번 구금 사태를 평가했다.
구금 사태의 이유로 이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문화 차이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인이 여행 비자 가져와서 한국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더군다나 미국 이민국 정책이 불법이민은 취업이 절대 안 된다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역시 당황스러운 상태로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장기적으로 영구 취업한 것도 아니고 시설장비 공장을 설립하는 데 기술자가 있어야 장비 설치를 할 것 아닌가"라며 "(이번 사태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이 '앞으로 온갖 불이익을 주거나 아니면 어려워질 텐데 이거(공장 섭립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대미 직접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대미 투자와 관계된 비자 발급에서 정상적으로 운영해 달라, 할당정원(TO)을 확보하든지 새로운 유형을 만들든지 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며 "미국도 현실적인 필요가 있으면 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한편 구금됐던 한국인들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구금시설에서 출발해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비행기는 12일 새벽 1시쯤 이륙해 오후쯤 서울에 도착할 계획이다. 인원수는 한국인 316명으로 남성 306명, 여성 10명이며 외국인 14명까지 총 330명이다. 구금됐던 한국인 가운데 1명은 미국에 남기로 했다.
서영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