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만화와 웹툰

    [웹툰 픽!]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붉은 장미꽃…'품위증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웹툰 '품위증명'
    [네이버시리즈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박중독자 아버지, 가출한 어머니,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방임된 만 6세 여자아이. 늘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반지하에 살며, 동네 질 나쁜 언니들과 어울려 다닌다.

    우리는 모두 이 아이가 커서 문제아가 될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이는 눈부신 재능을 보여준다.

    '품위증명'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뛰어난 재능을 갖춘 곽건영이 매분 매초 자신을 증명하면서 위태롭게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연합뉴스

    웹툰 '품위증명'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곽건영은 특별한 아이다.

    많은 방임 아동이 그렇듯 4월에야 초등학교에 등교했지만, 수업 시간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천재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학생으로서 얼마나 유리한 일인지를 간파한다. 일상적으로 겪었던 주변의 무시가 선망으로 바뀌는 것을 몸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건영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현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공부로 계급 상승의 꿈을 이루려는 과정을 담는다.

    평현고에서의 생활은 말 그대로 시험의 연속이다.

    고액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제쳐야 하고, 자신이 범죄자의 딸이자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점도 숨겨야 한다.

    이를 위해 건영은 스스로를 더 내몬다. 친구들에게는 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주변의 질투가 심해지면 더 높은 성적을 내서 이들을 짓밟는다. 아예 경쟁상대로도 생각할 수 없도록.

    연합뉴스

    웹툰 '품위증명'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판타지 설정을 빼고 오로지 공부에 대해서만 다루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통상 웹툰에서는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마법이나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설정을 통해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지만, '품위증명'은 현실에 오롯이 발붙이고 있다.

    또 공부를 통한 경쟁과 성취를 보여주고, 열심히 노력하고 익히는 자세가 역시 소중한 재능이라는 점을 짚었다.

    클리셰(Cliché·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도 비켜 나간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난 수재들이 건영을 마냥 시기하지도 않고, 건영이 늘 압도적으로 이들을 제치지도 않는다.

    등장하는 선생님들도 가정환경으로 편견을 갖고 차별하기보다는, 건영에게 부족했던 어른의 본을 보여준다.

    건영 역시 소시오패스 같은 캐릭터라기보다는,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온기를 갈망하는 아이로 그려진다.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대한 기대를 잃지 못한다. 친구를 아끼기 때문에 무리해가면서 이들을 지키려고 한다.

    연합뉴스

    웹툰 '품위증명'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휘몰아치는 전개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문제아로 자랄 것 같았던 건영이 첫 수업에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순간, 건영이 평현고 입학 수석을 차지하는 장면, 1학기 기말고사에서 돌발행동으로 교실을 잠잠하게 만드는 모습 등을 통해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금수저', '흙수저' 이론이 팽배해지면서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는 요즘 세태에서 패배주의에 젖지 않은 주제 의식이 눈에 띈다.

    "삶이란 스스로의 품위를 증명하는 싸움의 연속이다"라는 1화 마지막 내레이션이 이 웹툰의 주제 의식을 관통하는 듯하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