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생산 적은 HEV, 1∼7월 대미수출 16만2천대…EV 수출의 19배
관세 낮춘 日에 HEV 경쟁력 역전 우려도…"캐즘·관세 이중고"
텅 빈 미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 지연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최근 판매 호조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HEV)를 앞세워 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대차그룹은 HEV 물량 대부분을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미국 HEV 시장에서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을 먼저 인하할 것으로 보여 현대차그룹의 가격 경쟁력은 더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그동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제공해왔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30일부로 종료될 예정이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한 구매 촉진이 아니라 핵심 광물, 배터리 등 공급망 형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설상가상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이 미 당국의 단속 여파로 지연되는 등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수요뿐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도 악재를 맞았다.
양사가 43억달러(약 6조원)를 공동 투자한 이 공장은 내년부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사태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소 2∼3개월 지연을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미국서 친환경차 누적판매 150만대 돌파 |
이에 현대차그룹은 대체재로 주목받는 HEV를 앞세워 EV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는, HEV 판매량 증가분이 EV 감소분을 벌충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악화를 완전히 막긴 어렵다는 점이다.
EV는 미국 현지 생산체제가 비교적 잘 구축돼있는 것과 달리 HEV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월 현대차·기아의 대미 HEV 수출 대수는 총 16만1천975대로 EV 수출 대수(8천400여대)의 19배 규모였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HEV 판매량(16만4천913대)과 비슷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기점으로 시장 수요가 EV에서 HEV로 이동할 텐데, 현대차·기아는 HEV의 국내 수출 비중이 커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전기차 캐즘과 관세라는 이중고에서 경쟁력이 약화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자동차 관세 15% |
HEV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출 것으로 보여,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도 지난 7월 무역 합의를 통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으나 미국 내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실제 적용되진 않고 있다.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8월 미국 HEV 시장에서 도요타(51.1%)와 혼다(17.0%)가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고 현대차·기아는 3위(12.3%)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등이 포함됐다.
만약 한국이 자동차 관세율을 낮추는 데 실패하고 현대차·기아가 관세 25% 부담을 판매 가격에 그대로 전가한다면, 한일 자동차의 가격 역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3만290달러,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3만2천850달러인데 각각 관세율 25%, 15%만큼 가격이 인상되면 스포티지(3만7천863달러)가 라브4(3만7천778달러)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 오토쇼에 전시된 도요타 차량 |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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