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동부전선 공동 방어 강화…러시아 "드론이 항로 이탈한 것" 의도적 침범 부인
[보힌=AP/뉴시스] 10일(현지 시간) 폴란드 보힌에서 경찰과 헌병들이 당국이 격추한 물체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오전 러시아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5.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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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격용 드론(무인 항공기)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영공을 잇따라 침범하면서 유럽이 집단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의 영공까지 러시아 드론이 위협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 방어 태세와 동맹 분열 가능성을 시험하려는 도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에서 러시아 무인 항공기 한 대가 루마니아 영공을 침범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F-16 전투기 2대, 자국 내 항공 감시 임무에 투입된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 2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드론은 격추 시도 전 우크라이나로 넘어갔다.
이번 일은 앞서 폴란드 영공에서 수십대의 러시아 드론이 발견되고, 나토 전투기가 출동한 지 사흘 만이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10일 바르샤바 인근에서 러시아 드론 19대가 격추됐다. 나토 회원국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군용기를 직접 공격한 첫 사례다.
/사진=구글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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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즉각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고 나토 조약 4조를 발동해 동맹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4조는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은 동맹국이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폴란드 총리 도날드 투스크는 이번 사태를 '대규모 도발'로 정의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공개적인 갈등에 가장 근접한 상태"라며 "우리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덴마크·프랑스·독일 국방부는 폴란드 방공에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영국도 '적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에 공동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또 네덜란드 소속 F-35 스텔스 전투기와 이탈리아 조기경보기(AWACS)까지 긴급 투입돼 격추 작전을 지원했다. 유럽연합(EU)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소집해 폴란드 지지의 뜻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이날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대행인 도로시 셰이는 "미국은 이러한 심각한 영공 침범에 직면하여 나토 동맹국들을 지지한다"고 가세했다. 미국은 나토의 핵심 회원국이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폴란드 영공에 러시아 드론이 진입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다만 의도적인 침입인지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보힌=AP/뉴시스] 10일(현지 시간) 폴란드 보힌에서 경찰과 헌병들이 당국이 격추한 물체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오전 러시아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5.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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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드론의 나토 회원국 영공 침범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집단방위 의무'를 담은 나토 조약 제5조 발동까지 이어질지도 중요해졌다. 폴란드는 우선 4조를 발동해 동맹국들과 함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그 사이 루마니아 영공 침공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토는 일단 폴란드 영공 침해 사건 이후 유럽 동부 지역 방어 체계를 강화한 상태다. 특히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동부전선 감시경계)로 명명한 새 임무를 개시하며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사태와 관련 BBC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습에 이어 인근 나토 회원국 영공까지 위협하는 건 전쟁 종식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단순한 국경 침범을 넘어 푸틴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 BBC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 전례 없는 사건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기로 결정할 경우 서방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맞대응이 따를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의 파벨 무라베이코 참모총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습을 주고받다가 전자전 장비 때문에 드론이 항로를 이탈해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폴란드의 어떤 목표물도 타격할 "계획이 없었다"고만 밝혔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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