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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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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시장 충격' 우려한 정부, 美에 안전 장치 요구…'무제한 통화스와프' 역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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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측, 대미투자 펀드 후속 협의 압박…집행 시기·운영 조건 등 합의 서둘러

    45일 내 투자금 집행·회수 후 수익 90%는 美에 귀속 등 '日 선례' 부담

    대통령실·기재부 "다양한 방법 협의 중"

    李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합리성·공정성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

    정부, 대미 펀드 협상 장기화 가능성 배제 안 해

    한미 관세협상 결과로 나온 3500억달러(약 488조원) 규모 대미투자 펀드의 세부 운영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측이 직접 투자 비중 확대와 터무니없는 이익 배분 조건을 내걸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금 집행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 등을 막기 위해 각종 안전장치를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어서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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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겠다. 국익에 반하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여러 옵션을 걸고 협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관계 부처와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국익과 시장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투자 집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외환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할 장치를 미국 측에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속도 조절·분할 집행·환위험 헤지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력을 높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유사한 구조의 관세 협상을 체결한 일본이 달러·엔 통화스와프를 무제한으로 체결해 외화 유출로 인한 타격이 한국보다 적다는 점을 활용, 미국 측에 무제한으로 달러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추가 통화 스와프 계약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8월 기준 외환보유액 약 4163억달러의 83%에 달한다. 반면 일본의 5500억달러 투자는 외환보유액 약 1조3200억달러의 42% 수준이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도 한국과 자금 조달 여건이 다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포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현재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이 한꺼번에 실행될 경우 외환시장(환율)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거듭 전달해 왔다. 그러면서 투자 집행을 수요에 맞춰 여러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나누는 방식과 특정 시점의 집행 물량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협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직접·간접 투자 비중, 위험 분담, 수익 배분, 의사결정 구조 등 지배구조를 보다 명료하게 하고, 주요 분야의 집행 타임라인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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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과 협상을 정리한 점은 한국 정부에 부담이다. 미국 측은 투자 대상을 직접 정한다는 점을 핵심으로 45일 이내에 투자금을 보낸다는 내용의 협상을 마쳤다. 투자금 회수까지는 양국이 '50%대 50%로', 회수 후에는 미국이 90%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에 7일 스스로 물러난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무기력하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후속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협상 방향은 이런 일본과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 정부는 직접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투자금의 대부분을 보증과 대출 등을 형식으로 실질적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도 한국 기업들이 사업성 검토를 거쳐 결정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합리성과 공정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만큼 미국 측이 제시한 방식에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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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관건은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협상 카드에 대한 미국의 수용 여부다. 그 과정에서 한미 조선업 협력에 따른 호혜적 대우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로 부각된 비자 문제 개선도 얻어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미국 측의 강경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등 각종 제안이 이른 시일 내에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서두르려는 기류가 있지만 우리는 여러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전날(14일) 브리핑을 통해 "정해진 목표가 있어서 목표 지점까지 가는 그런 협상의 양식이 아니라 서로 새로운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최적의 상태에 균형을 맞춰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서 "서로의 다른 조건하에서 영점을 맞춰가는 관세 협상이기 때문에 국익 최선의 지점에 가서 뭔가 국민들께 알릴 수 있는 부분이 등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워낙 변수가 많은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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