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 이재훈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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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은 이제 주요 투자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상자산 투자자는 7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거래금액만 적게는 6조원, 많게는 20조원을 웃돈다. 그러다보니 불공정거래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시세조종, 허위광고, 미공개정보 이용, 투자사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투자자들은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前)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이었던 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 前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 조사분석팀장을 지낸 이재훈 회계사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조사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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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장의 사진이 불쏘시개가 되어, 다시금 ‘사토시 나카모토는 누구인가’라는 논쟁이 불붙었다. 사진 속 인물은 할 피니. 사토시로부터 최초로 비트코인을 전달받은 자이자, 암호학 전문가로서 사이퍼펑크 운동에 관련된 인물이다. 그의 이력만 놓고 보면 “이 사람이 바로 사토시다!”라는 주장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피니 본인은 생전에 이를 완강히 부인했고, 언어 패턴 분석과 접속 시차를 들이댄 반론도 적지 않다. 결국 질문은 제자리다. “사토시, 당신은 누구입니까?”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지 어느덧 17년. 그러나 사토시가 개인인지 집단인지조차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러 추측 가운데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관련설이다. 1996년 NSA가 발표한 ‘익명 전자화폐 설계 보고서’는 2008년 비트코인 백서와 닮은꼴 구조를 가졌다. 보고서 공동 저자 중 일본인 암호학자 오카모토 타츠야키가 포함돼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사토시 나카모토’와 묘하게 닮았다. 게다가 비트코인의 핵심 암호 알고리즘 SHA-256이 NSA 소속 연구자 글렌 릴리에 의해 개발됐다는 사실은, 비트코인이 어쩌면 미국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였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부추긴다.
반면 HBO 다큐멘터리 ‘머니 일렉트릭: 비트코인의 역사’는 또 다른 인물, 개발자 피터 토드를 지목했다. 그는 실제 사토시와 직접 기술 교류를 했고 초기 포럼 기록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를 “허황된 소리”라며 단칼에 잘라냈다. 정체 논란은 늘 그렇듯 증거보다 반박이 풍성하다.
흥미로운 건, 사토시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속 109만 6000개의 비트코인.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이 코인들은 최근 가격 급등 덕분에 하루 만에 수십억 달러 가치가 뛰었다. 액면으로 따지면 세계 부호 순위 12위권. 만약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린다면, 그 자체로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사토시의 침묵은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한다.
사토시는 누구인가? 어쩌면 정답은 끝내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익명성 자체가 비트코인의 철학을 구현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나 개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화폐. 창시자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만큼 강력한 상징은 없다. 사토시의 이름은 이제 신화의 외피가 되었고, 그 불가해함은 비트코인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이야기’로 만들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한, 비트코인을 둘러싼 상상력은 계속해서 불을 뿜을 것이다. ‘사토시가 누군지 모른다’는 미스터리는 오히려 비트코인의 가치를 키워준다. 마치 신화나 전설이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이, 사토시의 정체에 관한 집단적 상상력이 비트코인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 hihwang@shinkim.com
법무법인 세종 이재훈 회계사 jhoonlee@shinki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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