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세종 정부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정인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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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출산율 감소는 축복입니다. 너무 많은 인구에 인간 스스로가 출산을 줄이는 거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폐암 수준입니다. 한명이 일해서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는 허리(청년)가 부러져요."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15일 보건복지부의 초청 강연에서 "문제는 저출산이 아니라 부양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강연은 '청년이 없는 나라 : 저출산의 근본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열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 이형훈 제2차관을 비롯해 국과장들이 경청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대사 등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애를 낳을 때마다 현금을 지원한다고 저출산을 반등시킬 수 없다"며 "정책의 목표는 출산율 상승이 아니라 부양비 개선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로) 1명이 일해서 1명을 부양하는 사회를 3명이 일해서 1명을 부양하는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1명이 인공지능 2대와 일하면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산업혁명 진행 속도보다 저출산이 더 빨라 사회가 붕괴가 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김 교수는 장년(55~74세)도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게 정년연장이지만, 이 경우 임금이 삭감되고, 풍선효과로 청년실업이 높아지는 등 개악이 될 수 있다"며 "청년은 유동지능이 필요한 일모작 산업에, 장년은 경험과 연륜이 필요한 이모작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모작 산업은 미래과학, 첨단기술, 개념설계 등을, 이모작 산업은 일반서비스, 관리, 행정, 사무 등을 말한다.
김 교수는 "자주 듣는 질문은 청년도 실업인데 어떻게 일모작 산업으로 보내느냐와 죽도록 일만 하라는거냐는 것"이라며 "사람이 먼저 공급돼야 직업이 생긴다"고 말했다. 영국 '인클로저 운동'이나 한국의 '잘살아보세'도 사람이 먼저 도시에 공급된 뒤에 직업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30년 일해서 60세까지는 살 수 있었지만, 80세, 100세는 불가능하다"며 "또다시 20년 일해야 수학적으로 100세 시대를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장년들이 젊은사람만큼 성과를 내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전환(AX) 시대를 선도하는 보건복지부가 첨단 4차산업을 선도하는 부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직할로 이모작 추진 본부를 설립하고 실무 행정능력을 가진 보건복지부가 주무처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제2차관이 김 교수의 제안에 대해 "복지보다는 고용 정책에 가깝지 않는지" 질의하자 그는 "정부의 공직자가 횡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저출산과 관계된 일을 맡고 있는 복지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부에 있는 인력들의 승진과 인사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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