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신용점수별 금리표/그래픽=최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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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 기현상이 카카오뱅크에서 나타났다. 대출의 기본 공식인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를 받는다는 공식이 무너졌다. 인터넷전문은행권은 단순한 통계의 착시가 아닌 인터넷은행만의 중저신용자 구조와 여러 규제 환경이 결합하면서 생긴 구조적 모순으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7월 신규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에서 600점 이하 차주의 평균 금리는 3.92%였다. 이는 최고 신용점수 구간(951~1000점) 차주의 4.31%보다도 낮았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에서 저신용자가 고신용자 또는 상위 신용자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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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금리 조정 아냐…중저신용자 규제·채무조정 등 정책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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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대출/그래픽=최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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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은 인터넷은행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넷은행은 전체 가계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평잔 30%룰'이 적용된다.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액 30%' 기준까지 추가 권고사항으로 생기면서 새로운 중저신용자를 지속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시행된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가던 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여력이 떨어졌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한도가 연소득 내로 줄어들자 공급 확대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카카오뱅크는 같은 시기 저리의 정책성 상품과 채무조정(대환대출)을 취급했다. 금리가 낮은 정책성 상품들이 최저신용자의 평균 취급금리를 크게 끌어내렸다. 카카오뱅크는 7월부터 보금자리론을 취급했는데, 인터넷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주담대를 취급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중저신용자의 정책대출 위주로 주담대가 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6월 말부터는 신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개인사업자 리스타트 대출과 폐업지원 대환대출 등 개인사업자의 대출을 장기·저리의 신용대출로 대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자체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한 내용 중 하나다. 폐업위기 개인사업자가 신규 중저신용자 대출로 잡히면서 '최저신용자'가 더 싼 이자로 대출을 빌려간 기록으로 이어졌다.
전통 은행권에서는 채무조정을 하더라도 이런 현상이 통계상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모집단 자체가 달라서다. 고신용자 위주의 고객 기반이 더 탄탄해 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후에도 중저신용자와 관련해선 눈에 띄는 변화가 잡히지 않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부러 중저신용자 금리를 더 낮추려고 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금리 저신용자가 빠져나가고 정책금융 상품 취급과 폐업자 지원 대환대출,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하면서 저신용자의 취급금리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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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룰' 지키다가…고신용자 역차별 '뭇매' 맞는 인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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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신용대출 금리/그래픽=최헌정 |
인터넷은행권은 지금과 같은 규제환경에서는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무조정과 같은 중저신용자 중심의 정책이 늘어난다면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의 하위 신용등급 평균금리는 계속 낮아보일 것이란 지적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저신용자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고신용자 역차별 논란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의 하단을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게 잡아두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금리는 이날 기준 연 3.017~9.018%고 일반 신용대출금리는 연 3.625~6.968%다. 중신용자의 금리 하단이 0.6%포인트(P)나 낮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 하단이 0.01%P 더 낮다.
그러다 보니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서는 "인뱅(인터넷은행)에서는 신용점수가 낮아야 금리가 싼 이유"와 같은 제목의 게시글이 공유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역차별 논란을 완화할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이유다.
인터넷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등에 공시하는 금리 공시 체계의 정교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수성이 강한 중저신용 전용 대출이 단순 평균금리에 섞여 들어가면 실제 위험 기반의 가격 구조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론과 같은 낮은 이자의 정책대출 상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아울러 중저신용자 규제 목표도 시기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과 같이 6.27 규제로 중저신용자 신규 취급 자체가 어려운 때에는 30% 달성 기준을 이전 성과에 비춰 예외·완화해달라는 요구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해당 분기에 초과 달성한 중저신용자분을 다음 분기에 완화해준다는 등 인센티브 같은 제도도 활성화돼야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 간의 역차별 문제도 점차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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