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E-9 근로자 알선 과정에서 불법 브로커가 한국 기업과 짜고 특정 외국인을 취직시켜 주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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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려는 외국인은 현지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EPS-TOPIK)을 치르고 합격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내국인을 고용하려는 노력을 했음에도 구하지 못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 고용센터는 국내 기업에 3배수의 후보자를 제안하고 기업도 국적·나이 등 원하는 조건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예를 들어 A 근로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브로커가 A의 정보(국적·지역·나이·키 등)를 국내 기업에 전달하면 이 기업이 해당 요건에 맞는 근로자를 신청하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조건을 많이 걸러내면 브로커에게 돈을 준 근로자를 뽑는 게 어렵지 않다”며 “특정 지역 근로자들이 특정 사업장에 집중적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허가제에도 브로커가 개입하게 된 배경은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어 능력 시험 응시자 수는 2019년 27만7870명에서 작년 54만3510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국내 사업장 수는 약 5000곳 증가했다.
고용 허가제를 통해 국내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 중인 방글라데시 출신 누르씨는 “방글라데시는 (고용 허가제) 대기자가 1만명 정도 되고 실제로 들어오는 건 2000명 정도다. 대기자가 많아 신청하고 2년이 지나면 아예 못 들어간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발간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20주년 기념백서’에서 고용허가제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고 적었다./외국인 고용허가제 20주년 백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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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업에 최대한 많은 근로자 정보를 주면서 브로커를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자 정보를 적게 제공해야 (기존의 취지대로) 무작위로 배정할 수 있는데, 사업장 필요에 맞는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사용자와 근로자의 선택권을 높이면서 브로커의 개입을 배제할 수 있는 조화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 허가제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서로 특정해서 선택할 수 있는) 지정 알선 제도가 아니라 브로커가 붙을 수 없다”면서도 “한국에 오려는 근로자들이 워낙 많아 브로커 개입 여지가 있는 틈을 원천 차단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천의 한 제조업체 사무실에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안내문이 놓여있다. /서일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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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원 기자(11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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