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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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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정착한 팔레스타인 여성의 불안…'청결·명품'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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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코인'

    뉴스1

    [신간]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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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장편소설 '코인'은 뉴욕에 사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나'는 뉴욕에 정착한 팔레스타인 여성이다. 부유한 가문 출신이지만 유산에는 접근하지 못해 매달 지급되는 돈에 의존한다.

    그는 사립학교 교사로 일하지만 영문학을 알지 못하고, 집에서는 청결과 순수성에 집착해 강박적인 청소와 목욕에 몰두한다.

    그녀의 불안은 완벽한 피부, 티 없는 셔츠, 먼지 없는 집에 잠시 가라앉지만 곧 다시 솟아오른다.

    작품의 핵심 상징은 제목 '코인'이다. 거래와 가치의 최소 단위이자 주인공의 내면에 박힌 동전은 존재의 불안과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의 무력한 선택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삼킨 동전은 몸속에 남아 있으며, 이는 지워지지 않는 분열과 상처로 작동한다.

    소설은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교실이다. 주인공은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지만, 수업은 가족 인터뷰나 햄버거 가게 방문으로 흘러간다.

    둘째는 청결 의식이다. 'CVS 휴식'이라 부른 의식 속에서 자신을 정화하려 하지만 오히려 불안만 증폭된다.

    셋째는 명품과 사기의 세계다. 버킨백을 둘러싼 거래와 홈리스 '트렌치코트'와의 동거는 계급·인정·허상의 경계를 드러낸다.

    주인공은 뉴욕의 소비사회와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오가며 소속감과 정체성을 끊임없이 묻는다. 버킨백은 전투복, 청결은 방패가 되지만, 결국 그는 매번 패잔병이다.

    작품은 팔레스타인 문학의 전통적 주제인 전쟁·망명·저항을 넘어, 개인의 내면과 일상의 불안을 탐구한다. 이는 팔레스타인 문학이 세계문학의 보편적 목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1991년생 팔레스타인 작가 야스민 자헤르의 첫 장편으로, 2025년 딜런 토머스 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케이티 키타무라, 슬라보예 지젝 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이미 '뉴요커', '타임', '피플' 등에서 올해의 소설로 꼽혔다.

    △ 코인/ 야스민 자헤르 지음/ 진영인 옮김/ 민음사/ 1만 7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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