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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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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 검열에도...자파르 파나히 감독 영화 만드는 이유[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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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투데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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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열도, 감옥도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사회적인 영화 제작자”라고 스스로를 밝힌 그는 어떤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열망과 갈망을 품고 있었다.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그저 사고일 뿐’ 기자회견이 열렸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참석했다.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검열과 억압 속에 살아가는 개인의 자유와 존재를 조명해 왔다. 이란 사회의 정치·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 온 그는 수차례 체포와 구금, 가택연금, 영화 제작 금지, 출국 금지 등 탄압을 받으면서도 비밀리에 영화를 제작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며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써클’(2002),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택시’(2015)에 이어 ‘그저 사고일 뿐’으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지금까지 여섯 번 정도 왔다. 그리고 첫 번째로 온 건 1회 때 아주 오래전에 왔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은 제가 출국 금지를 받았기 때문에 부산에 오는 게 힘들었다”면서 “처음 왔을 때는 아름답고 활발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따뜻했고 환영해주는 느낌이 있었다”고 부산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저 사고였을 뿐’의 오스카 출품에 대해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 아직 어떤 프로그램으로 출품할지는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란은 영화를 만들 때 영화제, 해외로 넘길 때 아카데미에 한해 정부 당국으로부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폐쇄적인 국가의 경우에는 정부가 허가를 줘야만 아카데미로 보낼 수 있는 거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란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문제가 있다. 현재 아카데미는 영화 제작자가 정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방향을 찾고 있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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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파르 파나히 감독.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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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영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는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 시절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제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택시’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결국 말하고 싶은 건,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고, 반드시 아이디어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으로는 ‘아내’를 꼽았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아내가 저를 버릴지도 모른다. 영화를 만들어야 결혼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좋고 무엇을 만들지 생각할 때가 가장 힘들다. 어떤 영화인이라 하더라도 영화를 만들 때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영화인이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한다면 정말 우울에 빠질 것”이라며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폐쇄적인 국가들에서 자유와 억압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란에선 영화를 제작하고 싶으면 정부 부서에 각본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 부서에서 각본에 대해 검열한다. 이런 규칙을 따르고 싶지 않다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제가 바로 직면했던 문제들을 겪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함께 작업했던 각본가가 감옥에서 징역을 살다가 이틀 전에 풀려났다. 제 동료는 그의 일생 중 절반을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제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동료다. 독재하에서 살게 된다면 정부의 압박을 받게 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지,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지,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를 찾아내야만 한다”라고 했다.

    30회를 맞이한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의 영화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전날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에 “이 상을 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하다. 첫 번째 영화제에 함께했고 30주년을 기념하는 부산영화제에 함께해서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첫번째 영화를 가지고 부산에 왔을 때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만들어 돌아오리라 다짐했다. 그 이후 17년간 감옥에 갇혀서 못 돌아왔다. 그 당시 제 나라를 떠날 수가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한국은 자유, 영화의 자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싸워왔다. 이건 끝이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도전하고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영화에 바친다”고 말해 울림을 안겼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 동네방네비프 32편을 포함해 총 64개국, 328편의 영화로 관객들과 만난다. 26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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