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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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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다음엔 한국 괴물 영화 찍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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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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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수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게 괴물은 불완전한 성자 같아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기도 하고 비범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괴수는 사회·정치·종교적으로 다양한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가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한국을 처음 찾았다.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과 멕시코는 공유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멕시코도 한국처럼 열정적이고 저는 한국인처럼 술을 아주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뒤 부산 관객과 만난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천재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집요하고 잔혹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괴하고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동화 같은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델 토로 감독의 재능이 잘 드러나는 작품. 델 토로 감독이 30여 년 전부터 꿈꿔온 프로젝트로 러닝타임 2시간 29분, 제작비 1억2,000만 달러(약 1,62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국내에는 극장에서 2주간 개봉한 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델 토로 감독은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불완전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요즘 사회는 극단적이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가운데 어딘가에 있다”며 “아침엔 성인이지만 저녁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불완전성을 이해하고 용서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부연했다.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애착은 5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곱 살 때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된 것 같았죠. 우리가 만들어지고 세상에 나왔다는 점에서 아버지와 자식과의 관계에 대한 우화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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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프랑켄슈타인' 촬영장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의 오스카 아이삭(오른쪽)과 대화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원형 탁자 위가 극중 빅터가 창조한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이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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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멸의 기계장치 크로노스를 소재로 한 데뷔작 ‘크로노스’에서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 히어로가 주인공인 ‘헬보이’, 고전 동화를 스톱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한 ‘피노키오’, 목소리를 잃은 여성과 비밀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판타지이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장 및 아카데미 4관왕 수상작 ‘셰이프 오브 워터’ 그리고 ‘프랑켄슈타인’까지 델 토로 감독의 작품은 주제적으로 연결된다.

    “’피노키오’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프랑켄슈타인’과 연결됩니다. '크로노스' '헬보이’ 등에서도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이미 들었던 노래를 다시 부르되 목소리를 바꿔 다른 창법으로 부르는 것처럼요. 그것이 제가 괴수를 다시 만드는 이유입니다.”

    델 토로 감독은 전날 상영 후 300여 관객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인사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나를 만나러 온 관객에게 그 가치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도리”라며 소년처럼 웃었다. 부산영화제 측으로부터 ‘한국 괴물 백과’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며 자랑한 델 토로 감독은 한국 괴물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며 “모든 신화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처럼 멕시코 사람들도 모든 자연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좋다”고 했다. “한국 괴물과 신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제작할 순 없지만 미친다면 한번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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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측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인 '한국 괴물 백과'를 들고 미소짓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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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존경합니다. 그들의 영화에는 혼돈이 있고 웃기기도 하며 숭고하고 시적이면서 또 공포스럽기도 하죠. 박 감독은 제게 가장 아름답고 절박하며 존재론적인 낭만주의를 보여주는 연출가입니다. 봉 감독의 ‘괴물’은 괴물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한국 사회와 가족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영화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델 토로 감독은 영화를 필모그래피가 아닌 감독의 바이오그래피(전기)라고 정의했다. “감독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이유는 다른 걸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나에만 몰입하는 피조물이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잘 못하고요. 인생의 중요한 걸 잃으면서 만드는 영화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볼 만한 가치,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부산=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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