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20)쯔쯔가무시증
이한강 울산엘리야병원 내과 과장. |
#.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박 모 씨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다녀왔다가 몇 주간 병원 신세를 졌던 생각에 올해 벌초가 벌써 걱정이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던 박 씨는 한낮 벌초 작업에 짧은 옷을 입고 오후 내내 풀을 베었다. 이후 추석 연휴 직전부터 고열·두통·근육통 증상이 있었지만 박 씨는 초가을 일교차로 인한 감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감기약으로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구토·설사까지 동반되면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박 씨는 벌초 중 진드기에 물려 발생한 쯔쯔가무시증(쯔쯔가무시병) 진단을 받고 몇 주간 입원 치료받아야 했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을 맞이하는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올해는 유난히 긴 연휴로 해외여행과 야외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이 많아 이른 벌초뿐만 아니라 짧은 가을을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지역마다 특색있는 가을축제와 등산, 단풍놀이 등 야외활동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마다 이 시기엔 늘어난 야외활동 중 진드기·세균 등으로 인한 가을철 감염성 발열 질환이 흔하게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은 가을에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쯔쯔가무시증·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 등의 질환에 대한 경보를 매년 발령한다. 올해 6월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감염병 신고 현황 연보'에서 제3급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지속해서 환자가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10.7%가 증가한 6268명이 신고됐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이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으로 들판·풀숲에 사는 들쥐 등의 설치류에 달라붙어 사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감염된다. 주로 팔·다리·목 등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 물리는데 감염자 대부분이 물린 자리에 딱지가 생긴다.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할 경우 반드시 긴 팔, 긴 바지 옷을 입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 진드기 물림에 대비해야 한다. 피부·옷에 진드기 방충제 등을 발라주는 것도 도움 된다. 야외활동 때 풀숲 위에서 옷을 벗거나 눕지 말고, 귀가 후엔 입었던 옷은 반드시 세탁하고 손발을 깨끗이 씻는다.
쯔쯔가무시증은 잠복기가 10~12일이며, 1~3주가 지난 후 증상이 발현된다. 박씨 사례처럼 처음에는 열이 오르고 땀이 심하게 나며 심해지면 두통·피로감·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구토·설사 등 위장 관련 증상이 동반되거나 기관지염·폐렴·심근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가을철 감염성 발열 질환은 대부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가을철엔 풀숲 출입을 삼가는 게 안전하고, 벌초 등 불가피한 야외활동 시에는 피부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노약자의 경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외활동 후 고열을 동반한 증상이 있다면 무시하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치료받는 게 권장된다.
쯔쯔가무시증 이외도 가을철에 유행하는 감염성 발열 질환에는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이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감염된 들쥐의 배설물·침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되는 질환이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가 감염 후 3~5일이 지나면 얼굴·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쇼크 증상이나 단백뇨·빈뇨·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출혈이 내부 장기에서 일어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다른 질환과 달리 백신이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군인·농업인 등은 미리 접종하는 게 좋다.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야생동물의 소변을 통해 전파된다. 오염된 강물·지하수·흙과 닿아도 감염될 수 있다. 7~12일의 잠복기 후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과 두통, 오한, 심한 근육통이 나타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급성 신부전증, 전신 출혈, 황달, 콩팥 손상이 발생해 10명 중 3명이 사망에 이른다. 살짝 긁히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어 감염된 물질을 다룰 때 반드시 개인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외부 기고자 - 이한강 울산엘리야병원 내과 과장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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