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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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전통적 금융의 강자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 시스템에선 강자라고 할 수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발행해야 할까.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공포한 지니어스(GENIUS)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공식화하면서 각국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를 불붙였다. 국회에 법안이 잇따라 접수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정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지급결제망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면서 은행·증권·카드·핀테크 업계에선 발행권을 둘러싼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금융질서 안정을 위해 발행처 경영권을 은행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외 업권에선 은행의 보수적 경영관행이 문턱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발하는 실정이다.
여권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를 주도하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일정한 자격을 갖춘 발행처에게 참여기회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2차관을 거친 경제 전문가로 무게감을 더한다.
다음은 안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스테이블코인 발행처가 은행 과반지분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발행처에게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준비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역량이다. 자본금이나 시설·인적 요건을 갖춰야 그런 역량을 얻는 것이지, 은행이라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은행은 전통적 금융의 강자지, 스테이블코인이란 새 시스템에선 강자라고 할 수 없다.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은행으로선 스테이블코인 활성화를 꺼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금융기관 중심으로 제도를 짠 유럽은 기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으로 포지셔닝했다. 나는 스테이블코인의 막대한 잠재력을 현실화시키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은은 난색을 표한다.
▶한은도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통화·외환 관리가 어려울 수 있으니 초기 제도를 은행 중심으로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누가 세계적으로 사용처를 넓히는지 다투는 싸움이라고 본다. 여기서 우위를 점하려면 혁신적 주체가 필요한데, 핀테크·플랫폼 기업이 성장성 있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지 않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부족한 수단인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CBDC는 국가가 모든 거래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어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다. 그리고 CBDC는 스테이블코인만큼 금융질서 혁신을 끌어내기 어렵다.
-법안에서 주요 준비자산으로 규정한 단기국채의 발행·유통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단기국채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다. 우리 국채는 3년물 이상 장기국채가 대부분이어서 거래를 꺼렸다. 그간 정부는 국채 발행을 필요 최소화했고 한은은 지급준비율·시재금 조정으로 우회적인 정책을 펴왔지만, 국채는 금융정책의 핵으로 재조명받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할 때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발행처가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보관하며 얻는 이익을 화폐발권차익(시뇨리지)처럼 공적으로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원가와 적정이윤을 넘어선 초과이윤이 얼마나 클 것이냐의 문제다. 발행처는 발행·유통·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들일 것이다. 사용처 발굴·개발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이 발생할 텐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초과이윤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본다. 만약 적정선을 넘어선다면 사회적 환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추가할 수 있겠지만, 벌써 염두에 두기엔 이른 시점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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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신용카드는 매출대금이 가맹점으로 넘겨지는 데 2~3영업일이 걸리고,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이 많지 않나.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 결제를 지원하고,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우리 기업이 막대한 송금기간과 수수료를 감내하며 활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도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 가능하다. 인력의 한계로 24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기존 지급결제망의 단점도 개선될 것이다. 누구나 금융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민주주의에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올 2분기에만 1132억달러(158조원) 늘었는데, 외환 수수료도 아끼게 된다. 고속도로가 뚫리면 물류가 느는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상거래뿐만 아니라 자본거래도 확장할 것이다. 지금은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라는 고속도로를 어느 국가가 먼저 뚫느냐를 가리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통화 시대에 자국 통화의 입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통화주권을 상실하게 된다. 새로운 동반상승 효과, 경제효율 혁신의 과실을 우리가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달러의 지배를 받게 되지 않겠나.
-예산 전문가로서 정책 환경에 가져올 변화를 조망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Programmable·설정 가능한) 머니'여서 정책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지역화폐에 접목하면 지역·기간·품목 지출조건을 보다 쉽게 적용하고, 보조금에 활용하면 예산 누수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생사 징후 데이터로 기초노령연금의 사망자 부정수급을 조기 차단하는 시스템을 예로 들 수 있다.
-금융위 해체 이후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넘겨질 텐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현 금융위가 규제와 금융산업 진흥을 병행하면서 규제쪽으로 쏠렸다. 진흥업무가 재경부로 간다면 금융분야가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되면서 금융혁신과 부가가치 창출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라고 본다. 스테이블코인도 경제성장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진흥부처에서 관장한다면 더 빨리 혁신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입법논의에서 아쉬운 점이 있나.
▶현재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형이어서 투기성 가상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 루나·테라로 발생한 대폭락 사태의 잔상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자금세탁에 용이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되고, 이상징후가 포착되면 지급을 동결할 수 있는 스마트 계약 등 기술적 장치가 내재돼 있다. 고객신원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제도 역시 마련돼 있기 때문에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빠를수록 좋다. 경쟁국들은 이미 질주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니어스법을 이미 도입했고, USDT·USDC와 더불어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입법을 마친 홍콩은 중국이 테스트베드(시험대)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법 개정을 마쳤고 올 가을 JPYC 발행을 앞뒀다.
대담=양영권 증권부장 indepen@mt.co.kr 정리=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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