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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초고령사회, 시니어시장·로봇렌탈 성장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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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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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수기와 렌터카 정도다. 하지만 렌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필요하지만 살 수 없는, 혹은 살 필요가 없는 수많은 장비를 빌려 쓸 수 있다.

    한국렌탈은 이러한 기업 간 거래(B2B)시장을 공략한 종합렌탈기업이다. 36년 업력을 보유한 한국렌탈의 렌탈 사업은 노트북컴퓨터 등 각종 사무기기부터 고소작업대 등 안전·건설장비, 열화상카메라 등 계측기기 등을 아우른다. 금융업에 30여 년간 몸담았다 지난 6월부터 한국렌탈 사령탑을 맡은 문동권 대표는 "소유보다는 렌탈 중심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렌탈의 핵심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로봇과 영상 장비 등 신사업을 늘려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렌탈시장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B2B 렌탈시장은 생소하다.

    ▷기업이 원하는 장비를 우리가 구입해 관리·운용하다가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빌려주는 게 기업 렌탈의 골자다. 고객이 이용하는 동안 불편한 점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응하고, 3년 정도 사용한 후 제품을 반납하면 이를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0년 1200억원대였던 매출이 작년 1900억원대까지 늘었다. 빠른 성장세의 비결은 무엇인가.

    ▷코로나19 대유행이 B2B 렌탈업계에는 큰 기회였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사무실 모니터 외에 개인 노트북이 필요해졌고, 노트북 및 사무기기에 대한 대량 렌탈 수요가 발생해 매출을 견인했다.

    ―한국렌탈은 계측기기·정보기기·건설장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고루 분포돼 있고, 계측장비 등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정보기기 렌탈이 전체 매출의 55%, 건설장비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노트북과 복합기, 데스크톱 컴퓨터 등 정보기기도 이미 레드오션으로 진입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해 3년 내에 새 성장엔진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한국렌탈의 성장엔진으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크게는 로봇과 영상장비 분야다. 로봇 종류는 기능에 따라 제조 공장에서 쓰는 로봇팔부터 서빙로봇까지 수십 가지가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 중에서 서빙과 청소, 안내로봇 정도가 렌탈 사업과 잘 맞는 분야라고 본다. 최근 한 대기업이 로봇 사업에서 철수하는데, 우리가 600대가량을 인수하려고 협의 중이다. 영상장비는 촬영에 필요한 전문 카메라와 관련 기기들을 렌탈한다. 고급 기능이 필요한 상업 영화 촬영팀에서도 장비를 빌려 쓴다.

    ―해외 사업도 다양하게 전개한다.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베트남 해외법인을 운영한다. 국내에서 수요가 줄어든 렌탈 기기를 해외에서 활용하면 렌탈업에서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

    가장 성장이 두드러지는 건 사우디다. 2022년 이후 2년 만에 매출이 4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이 27%로 매우 높다. 현재 전국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사우디에서는 건설장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종합렌탈업체로 확장해 운송 트럭 등을 추가로 취급하는 등 품목을 늘리려 한다.

    중국에서는 오피스 솔루션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오피스를 채우는 기기들은 이미 확보하고 있으니 기존 설계를 바꾸거나 리모델링을 해 공간 전체를 빌려주는 개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다.

    ―고령화 트렌드는 렌탈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 우리가 운영하는 품목 중 사무기기와 로봇 등은 시니어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KB·신한 등 금융그룹들이 2026년 이후 대단위 시니어 시설을 완공한다. 이 시설을 세팅할 때 필요한 서빙·안내로봇 등은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LG카드·신한카드 등 금융업에 오래 몸담았다. 다른 업계의 시각을 갖고 왔을 때 보이는 개선점이 있나.

    ▷렌탈업 역시 금융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자금을 조달해 물건을 확보해야 하니 조달 가격 관리가 핵심이다. 서비스 개선도 관건이다. 기존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 요청을 받아 보수 인력을 파견하지만, '비포서비스' 제도를 만들어 문제가 생기기 전 고객을 미리 만나고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고객 접점이 많은 카드사에서의 근무 경험 때문에 서비스 분야에 예민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런 점이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렌탈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다. '고객 문의 전화를 통계로 정리해 봐라' '일정 기간 사용이 없었던 장기 고객에게 연락해 봐라' 등 잔소리를 많이 한다. 한국렌탈이 업계 대비 장기 고객 비율이 5~10%포인트가량 높지만, 기업 고객들에게 '한국렌탈의 서비스는 탁월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면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다.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맞다. 금융사들은 급여 수준이 높고 복지가 잘 갖춰져 장기 근속자가 많은 반면, 렌탈업체는 직원 유출입이 굉장히 잦더라. '이 회사에 더 좋은 인재들이 올 수 있게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자주 고민한다. 결국 성장이 답이다. 회사가 이익을 내야 급여 경쟁력을 높여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렌탈 서비스의 경쟁력은 장기 고객에게서 온다. 고객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적시에 해결해주는 기업에 오래 머문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인력들을 얼마나 잘 붙잡아두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성과주의로 가려고 한다. 기본 임금인상률은 경쟁력 있게 하되,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보상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문동권 대표 △1968년 부산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LG그룹 입사 △2004년 LG카드 리스크관리팀장 △2009년 신한카드 경영관리팀 부장 △2019년 신한카드 상무 △2021년 신한카드 부사장 △2023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2025년 6월~ 한국렌탈 대표

    [이유진 기자/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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