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미야케 쇼 감독· 심은경 주연
심은경 "한일 협업 늘었으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여행과 나날'의 주연배우 심은경(왼쪽부터), 미야케 쇼 감독, 다카다 만사쿠가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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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무언가가 있는 배우입니다. 꼭 그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어서 주인공이 일본인 남성인 원작의 설정도 바꿨죠.”
영화 ‘여행과 나날’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감독 미야케 쇼는 주연 배우 심은경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야케 감독은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심은경을 처음 만났을 때 여러 매력을 느꼈다”면서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야케 감독은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관객과의 대화(GV) 행사 진행을 자청한 심은경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여행과 나날' 로카르노 대상 수상
지난달 16일 폐막한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여행과 나날’은 일본 예술 만화의 거장 쓰게 요시하루의 두 단편 ‘해변의 서경’(1967)과 ‘혼야라도의 벤상’(1968)을 엮어 극화한 영화다. 한국 출신 시나리오 작가 이(심은경)가 쓴 영화로 시작해 실제 이가 눈 덮인 산속 여관 주인과 만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액자식 구성의 전반부는 여름을 배경으로 도시에서 온 한 여자가 한적한 바닷가를 걷다가 고향을 찾은 남자와 만나는 내용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두 계절과 두 이방인(Two Seasons, Two Strangers)’.
영화 '여행과 나날'에 출연한 심은경.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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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미야케 감독의 신작은 여름의 해변/겨울의 설산, 폭우 속 파도/고요한 설경 같은 대조 속에서 별다른 사건 없는 대화 중심의 전개와 시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가 이는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활동 중인 이방인으로 익숙한 도시를 떠나 다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인물.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인 그는 “말(語)에서 떨어져 머물러 있고 싶지만 늘 말에 붙들려 말에 갇혀 살고 있다”면서 “여행이란 말에서 도망치려는 행위일지도 모른다”고 독백한다. 자신의 영화를 상영한 후 “내게 재능이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는 이는 사방이 눈밭인 외딴 산 속 여관에 머물며 주인장 벤조를 만난다.
이방인 역 심은경 "일본어 연기 2배 더 연습"
차분하고 절제된 연출 속에서 심은경 역시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뉘앙스 중심의 연기를 펼친다. 미야케 감독은 “영화에선 어딘가 낯선 곳으로 가는 이방인이라는 점이 중요한데 심은경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남들과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친근하면서도 고독한 느낌이 들었던 점 등이 끌렸다”고 말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동시에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심은경은 아역배우로 시작해 영화 ‘써니’ ‘수상한 그녀’ ‘궁합’ 등으로 인기를 모은 뒤 일본에 진출해 영화 ‘신문기자’ ‘블루 아워’ ‘동백정원’, 드라마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등에 출연했다. 특히 ‘신문기자’로는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항상 어떤 작품이든 일본어 연기는 어렵다”면서 “녹음 파일을 반복해서 들으며 발음, 억양, 악센트 등을 확인하지 않으면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한국 작품 때보다 2배는 더 연습한다”고 했다.
배우 심은경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작품 '여행과 나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부산=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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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은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두 나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중학생 때 일본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와 또 다른 매력을 느껴 언젠가 일본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한국영화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영화 팬으로서 앞으로 더 많은 영화가 이렇게 제작됐으면 좋겠어요. ‘여행과 나날’이 그런 의미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부산=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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