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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인 강제이주역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국의 역사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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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인 디아스포라 기록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정영순 고려인협회장 인터뷰

    국제기록유산센터·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공동 진행, 2027년 등재 목표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이 22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함박마을에 있는 대한고려인협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 9. 22. phyeonsoo@yna.co.kr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고려인 디아스포라 기록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책무입니다. 과거를 존중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각오로 국민과 국제사회의 동참을 요청합니다."

    고려인 강제 이주 88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은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고려인 강제 이주 역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국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고려인협회,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록유산센터(ICDH),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며, 2027년 등재를 목표로 한다.

    정 회장은 프로젝트 추진 배경에 대해 "ICDH의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프로젝트' 과정에서 고려인 디아스포라 기록의 중요성이 발견됐다"며 "작년 말부터 협의를 시작해 흩어진 기록을 모아 인류 공동의 기억으로 보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태어난 사할린 동포 3세로, 2020년 8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유즈노사할린스크 국립사범대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전공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모스크바국립대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국립대에서 한국어 교수로 활동했으며, 한국에서는 경상대·경찰대 등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다. 지난해 2월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현재 인천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 회장은 1937년 소련 정부의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17만여 고려인의 삶을 조명하며 "고려인들은 언어와 권리가 단절된 가운데서도 농업, 과학, 문학 등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록은 고통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공동체 정신의 증거"라며 "등재는 침묵했던 역사를 알리고, 디아스포라와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회서 기자회견하는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정영순(왼쪽서 4번째)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려인 디아스포라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고려인협회 제공]



    그는 고려인들의 고난과 성취를 단순한 이민자 성공담이 아니라 국가폭력 속에서도 존엄을 지켜낸 민족의 기록으로 평가했다. 불모지에서 농업을 일으키고, 교육과 문학에서 성과를 내며 디아스포라의 역량을 증명한 이 기록은 인권과 포용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산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고려인 강제 이주의 역사적 교훈에 대해 "국가 폭력으로 정체성과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끈질긴 생존과 존엄의 역사를 남겼다"면서 "억압 속에서도 인간 존엄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 역사를 잊으면 비극이 반복된다는 경고, 그리고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이 인류의 기억을 풍요롭게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사료 정리를 넘어 '인권과 정의의 실천'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과거 상처를 복원하고, 현재 무관심에 맞서며, 침묵 속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연대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고려인 정착 방안 주제발표하는 정영순 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8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주최 '국내 동포 정착지원을 위한 정책 대화'에서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25. 8. 29. phyeonsoo@yna.co.kr



    한국 내 고려인 공동체에 대해서는 "법적·문화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이들을 한국 역사와 공동체의 일부로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치유와 정체성 회복의 첫걸음이자, 자녀 세대에 자긍심을 심어줄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로, 그는 "고려인 역사는 분단, 이산, 이주로 이어지는 한국 정체성과 닿아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한국이 다양한 기억을 포용하는 성숙한 민주사회임을 보여주는 기회이자,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로 성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한국의 디지털 기술과 문화외교 역량을 인류 보편 가치에 기여하는 사례로 만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역사적 책임을 자각하고, 포용적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라고 강조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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