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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산재 승인 기다리다 사망까지…"보험급여 '선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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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처리 기간 최대 1829일

    재해 노동자 생계에 직격탄

    선진국은 선보장해 소득보전

    불승인 시 환수 놓고는 이견

    이데일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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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울산지역 한 중공업 사업장에서 23년간 취부사로 일한 A씨는 오른쪽 어깨 충격증후군과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지난해 2월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A씨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으나, 산재 처리 기간엔 물리치료만 받고 수술은 산재 승인 이후로 미뤘다. 근로복지공단은 간단한 서류 절차인 보험가입자 통지와 작업동영상 심의사용 사업주 동의여부 확인에만 6개월(183일) 허비했고, 10월 말에서야 최초요양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산재 불승인 후 생계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고용노동부와 국회예산정책처가 22일 국회에서 개최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정책토론회에서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소개한 사례다. 산재보험은 재해 노동자 생계 보장을 위한 제도지만, 산재 처리 기간이 늦어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산재급여를 산재 승인 전에라도 먼저 지급(선보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기조발제를 맡은 안태훈 예산정책처 박사는 “주요국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산재보험으로 의료비와 소득을 보장하고 업무상 재해가 아니더라도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의료비와 소득을 보장하지만, 우리나라는 제한적으로 소득을 지원해 사회보장 범위가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는 산재 승인 전 근로자 소득을 보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상병수당 제도가 없어 소득 보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산재보험급여를 선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재 처리 기간은 업무상 질병을 중심으로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에 대한 평균 산재 처리 기간은 지난해 277.7일로 2019년(186.0일) 대비 41.7일 길어졌다. 지난해 최대 처리 기간은 1829일에 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고혁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국장은 “퇴행성·노인성 질환과 연계돼 업무관련성 조사·판단이 어렵고, 질병별 처리절차가 다른 점, 산재신청이 급증한 점 등의 영향으로 처리기간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재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해 노동자들이 장기간 생계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A씨처럼 산재 승인 후 치료를 받고자 승인 전엔 적극적인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산재가 불승인된 이후엔 실직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상임활동가는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사망한 반도체 직업성암 노동자는 149명에 달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산재보험급여 선보장 제도 도입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산재가 불승인될 경우 선보장한 급여를 환수할 것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안 박사는 “이미 지급된 급여를 반환하면 근로자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선보장에 따른 명확한 환수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일정 기준에 따라 어느정도의 환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선보장한 급여 또한 생계 보장의 최저 수준”이라며 “선보장 급여가 상병수당의 경우와 같이 반드시 환수를 전제로 해야 할 개념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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