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에 英 재정우려까지
한미 관세 협상 잡음에 원화 가치 하방 압력↑
3500억달러 대미투자 자금조달 방식이 핵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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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주 137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진입을 시도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데다 영국 재정 불안 우려가 겹치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결과다. 이에 더해 한미 관세 협상에 차질이 생기며 원화 하방압력이 심화되면서 향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對)미투자펀드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오른 1398.5원에 개장하며 지난 5월 15일(1410.9원) 이후 가장 높게 출발한 뒤 장중 1390~1399원 사이에서 횡보하다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전거래일(1393.6원)보다 1원 내리며 마감했다.
이에 지난 16일에 1378.9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지난 7월 25일(1377.9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최근 2거래일 연속 1390원대에서 마감하며 1400원 진입을 목전에 뒀다. 지난 19일에 장중 1399.5원까지 오른 환율은 이날에도 1398.7원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조정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시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분석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영향이 이어진 결과다. JP모건은 현재의 정책금리(4~4.25%)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 압력 대비 경기부양 효과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의 완화 강도 역시 역사적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고재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 목표 달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완화 속도나 범위에 대해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2022년 상반기에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빠르게 저물가 국면으로 복귀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실제 물가 흐름은 이를 지속적으로 상회하며 예측에 실패한 전례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영국 재정 적자 우려에 파운드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화 가치는 더 오르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누적 재정적자는 누적 838억파운드로 집계됐다. 영국 예산책임청의 전망치(724억파운드 적자)를 상회할뿐 아니라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같이 영국의 재정 우려가 확산되며 영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자,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심리는 확대됐다.
아울러 한미 통상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인 것도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올해 관세 등 무역 정책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약 65원 상승한 상황에서 추가 관세 협상 타결도 지연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속된 원화의 상대적 약세는 국내에서 해외로의 투자자금 유출이 주된 요인”이라며 “미국과의 관세 합의 지연과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향후 환율 변동성은 미국 정부와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의 자금조달 방식에 좌우될 전망이다. 오 연구원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직접투자 방식으로 합의된다면 연간 1000억~1200억 달러 내외의 신규 달러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환율의 큰 폭의 상방 요인이 될 것”이라며 “최근 3년간 국내 자금 유출입과 원·달러 환율 상관관계로 살펴보면 해외로 자금 100억달러 규모 유출 시 환율 10원 상승의 상관관계를 나타내, 현재의 안대로 합의된다면 연간 100원 가량의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외환당국의 경계감이 짙어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 16일 공개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신성환 금통위원은 “투자 펀드가 실행되면 환율이 상방압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미국과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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